미국, 제국의 연대기 - 전쟁, 전략, 은밀한 확장에 대하여 ㅣ 걸작 논픽션 19
대니얼 임머바르 지음, 김현정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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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존재를 부를 때, 당연히 ‘미제국주의’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기도 했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3세계 국가들과 가지는 관계에 대한 판단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게 인식하고 부르는 나라와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그런 용어를 쓰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그때의 인식이 잘못 된 것이었을 수도 있고, 관계의 본질이 바뀐 것일 수도 있다. 비록 평등한 관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는 아니라는, 종속적 관계는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데 미국, 혹은 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미국에서는 자신들이 제국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을 듯하다. 그들의 나라는 공화국이지, 북아메리카의 영토 밖을 무력으로 점령해서 강제로 통치하는 제국은 절대 아니라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대니얼 임머바르는 미국은 과거에는 분명한 ‘제국’이었으며, 지금도 그 형태는 달리하지만 제국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일단 대니얼 임머바르는 지도 2개를 보여준다. 하나는 ‘로고 지도’다.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미국을 떠올리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1959년에 주로 편입된 하와이와 알래스카가 없다. 그런데 그 두 주만 없을까? 또 하나의 지도는 1941년 ‘확장된 미국 영토’, 즉 미국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하는 영토를 보여주는 지도다. 여기에는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물론이고, (지금은 자치주가 된) 푸에르토리코도 보이고, 더 크게는 필리핀이 포함되어 있으며,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외딴섬들도 포함된다. 미국은 이들 지역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아니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필리핀을 실효적으로 지배했었다는 사실을 모르며, 푸에르토리코에 살고 있는 이들이 ‘미국인’이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미국이 제국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는다.

 

  대니얼 임머바르는 《미국, 제국의 연대기》의 1부 <식민지제국>에서 1800년대 말부터 미국이 팽창주의와 고립주의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지만, 꾸준히 외국에 자신들의 영토를 확대해간 역사를 보여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면서 외부의 영토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그들의 독립을 억눌렀고, 또한 차별했다.

 

그러한 제국의 성격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변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소재의 변화 등으로 일정한 영역을 지니는 식민지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대신 군사적으로는 기지를 세우고 그 기지를 중심으로 확장과 방어 전략을 취하게 되었고, 언어와 문화 등을 통해 세계를 영향력을 끼치는 전략으로 변화한 것이다. 전략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대니얼 임머바르는 단언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제국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제국을 구성하는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대규모 식민지는 처분해버리고, 전 세계에 흩어진 소규모의 반(半) 주권지역, 즉 군사기지에 투자한 것이었다.” (506쪽)

이를 그는 ‘점묘주의 제국’이라고 부르고 있다(제2부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에는 각 지역의 모순적 상황을 낳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영국 리버풀의 성장과 일본 기업 소니(SONY)의 부상,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의 성장 등은 미국의 영향력 하에 미국으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성장했지만, 다시 미국을 공격하는(문화가 되었든, 경제력이 되었던, 비행기 폭탄과 총구가 되었든)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대니얼 임머바르는 ‘제국’이라는 말이 비판적인 용어로 쓰인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게 단순하게 비난조의 말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좋든 나쁘든 전초기지와 식민지를 거느린 나라를 묘사하는’ 객관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제국은 그 나라의 특성이라기보다는 형태이며,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미국은 명백히 제국이었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본다. 미국이 과거에 식민지 영토를 획득했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해외 영토에 대해서도 그 상황과 의미에 대해 미국인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는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굳이 미국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역시 명백하다. 그 나라는 지금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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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색 - 이토록 컬러풀한 세계사
댄 존스 지음, 마리나 아마랄 그림, 김지혜 옮김 / 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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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구글드라이브에 저장된 사진이 ‘추억 속 오늘’이라고 해서 휴대폰 알림으로 올 때가 있다. 작년, 2년, 혹은 5년 전에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 속에 잠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러다보면 그날의 느낌도 살아난다. 그리고 그 이후의 내 삶까지. 말하자면 거창하진 않지만 나의 역사에 대한 소환인 셈이다.

 

사진이 그렇다. 한 컷이지만 그 한 컷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많다. 사진이 직접 말하기도 하고, 사진 너머의 무언가를 생각하게도 한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 그리고 1850년대 로저 펜턴이 기록으로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사진은 역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빛바랜 사진이 있다. 옛 사진에는 원래 색이 없다. 마리나 아미랄은 흑백 사진에 색을 입혔다. 색을 입은 사진은 역사를 더 생생하게 증언한다. 1850년대부터 1960년까지. 크림전쟁부터 우주전쟁까지. 1장 장 중 골랐다는 200장의 사진이 100여 년의 역사 모두를 포괄할 수도 없고, 또 주로는 유럽과 미국 위주의 역사일 수밖에 없지만(그래도 우리에 관해서는 명성황후의 사진과 한국전쟁의 사진이 포함되었다) 그래도 이 사진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 사진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세계의 부끄러운 역사, 혼란스러운 역사, 잔인한 역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온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읽겠다고만 하면 너무 간단한 역사일 수 있지만, 사진은 그 간단한 역사의 설명을 넘어서는 표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표정을 모두 읽겠다고 덤벼들면 한이 없을 것이다. 다만 몇 개의 사진에서 읽은 표정은 오랫동안 뇌리 속에 남는다. 이를테면 도로시아 랭이 찍은 대공황 시기의 플로렌스 오언스 가족의 사진에서 보이는 그 공허한 시선!), 의화단원 사진에 보이는 결연한 의지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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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과학 - 신비의 색, 파랑의 물리학.화학.생물학 이야기
카이 쿠퍼슈미트 지음, 문항심 옮김 / 반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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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파란색으로 가득한 듯하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다. 그런데 그 하늘과 바다 사이의 자연을 돌아보면 파랑은 드물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파란색을 자신의 색으로 간직한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파란색 동물, 식물은 신비롭게 취급된다. 오죽하면 파란색 장미를 만들기 위해서 수십 년을 공을 들이는 이가 있을까? 파란색은 신비의 색이다.

 

선명한 파란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17년 여름 LPGA US오픈의 장면이다. 마지막 날 최종적으로 우승한 박성현 선수와 끝까지 경쟁한 선수가 있었다. 지금은, 작년과 올해 KLPGA 대상을 수상한 최혜진 선수였다. 아직은 아마추어, 게다가 여고생 신분이었다. 최혜진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에 입었던 바지가 선명한 파란색이었다. 그게 인상 깊은 것은, 골프 선수들이 파란색의 옷을 입은 경우가 적기도 하거니와(타이거 우즈의 붉은색 상의, 김세영 선수의 빨간색 바지 등이 상징적으로 떠오른다), 그 색이 너무도 선명한 파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선수의 이미지에 어울리기도 했다.

 

 

파란색하면 떠오르는 그림도 있다. 판 페르메이르(혹은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 소녀>의 두건(?)의 색이다. 지금 보면 그리 선명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색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림 속 여인의 입술과 함께 뚜렷이 각인된다. 그러나 파란색은 자연에서 드물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색이기도 했다. 그래서 금보다도 비싸게 거래되었다고도 하고, 그림에서 쉽게 쓸 수도 없는 색이기도 했다(오죽하면 ‘울트라마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바다 건너’라는 뜻).

 

카이 쿠퍼슈미트은 그 파란색과 관련한 역사와 과학(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을 아우르는 책을 썼다. 사실은 파란색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냥 ‘색’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색을 인식한다는 것은 문화와 문명을 인식한다는 것이고,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보여지듯 그 파란색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을 했다는 것이 다소는 무위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그보다도 더 어처구니없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에 드물고, 그래서 신비로운 색을 얻기 위한 노력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적지 않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왜 자연에 파란색이 드물까 하는 데 대한 과학에 기초한 가설이다.

잘 알고 있듯이 인간 망막 세포에는 원추세포(지금은 주로 원뿔세포라고 한다)가 3 종류 있다. 빨강, 초록, 파랑의 파장에서 가장 반응을 잘하는 세포들이다. 이 세 세포의 활성화 정도의 조합에 따라서 우리는 색을 다양하게 인지한다. (많은 포유동물은 3가지의 원추세포가 없다. 개도 고양이도 2개의 원추세포를 가질 뿐이다. 약 3,000천 만 년 전 쯤 조상 원숭이에서 녹색 원추세포가 늘어나고 이중 일부가 빨간색원추세포가 되었다고 한다.)

 

“이를 인간의 망막세포에 적용하면 원추세포가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청색 원추세포는 전체 가운데 10퍼센트 정도로, 그 수가 월등히 적다. 심지어 시각이 가장 민감한 지점에는 청색 원추세포가 없다.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청색이 귀하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이는 인간이 아주 작은 크기의 청색 면적을 잘 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89쪽)

 

파란색은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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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지구를 누빈 식물의 놀라운 모험담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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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동물과 식물의 차이를 얘기하라면, 동물은 움직이고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즉, 동물의 능동성, 식물의 수동성이 두 분류군을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스테파노 만쿠소는 단연코 그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가 이끄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라는 명칭 자체가 그렇다. 식물인데 ‘신경생물학’을 연구한다는 것이고, 그가 쓴 이전의 책 《매혹하는 식물의 뇌》(번역되어 나왔다)도 제목부터(물론 내용까지) 식물의 능동성을 강조한다.

 

“... 실제로 식물은 동물보다 더 민감하게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 식물은 자기 의견을 확신히 전달하는 존재다. ... 사실은 철저한 사회적 유기체다. ... 우리는 잘못 알고 있다. 식물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들은 먼 곳까지 이동한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그런 식물의 능동성에 대해 여섯 주제로 나누고, 그 주제에 맞추어 2~3가지 예를 제시하고 있다. 그 식물의 예들을 통해서 식물이 이 지구에서 수행하는 절대적인 역할과 함께 단순히 자극에 대해 반응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보여주고 있다.

 

식물은 완전히 새로이 생긴 땅을 처음으로 뿌리를 내리고 개척하는 생물이며, 새로운 영역을 침투하여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생물이며, 바다를 누비며 신비한 열매를 맺는 생물이며, 수천 년 전의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씨앗 속에 그 생명력을 보존하기도 하는 생물이다. 그리고 외딴 곳에 홀로 살아갈 수도 있는 식물도 있으며, 멸종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그 멸종의 위험에서 탈출하기도 하는 생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식물들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잘 적응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환경을 바꾸기도 하고, 진화 압력에 저항하기도, 또 잘 편승하기도 하면서 이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자연에서 가장 큰 야생열매를 가진 칼리피제야자에 관한 사연이다. 그렇게 큰 야자열매를 가졌을 때 전파되는 데 제약을 갖는데도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상징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외로운 나무들의 생존에 관한 부분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남극에 가까운 무인도 캠벨섬에 홀로 남아 섬을 지키는 가문비나무나 극한 기후인 바레인의 섬의 사막 한가운데 모래언덕 위에 완전히 고립된 채 10미터 이상의 키를 자랑하며 고고히 서 있는 바레인의 생명나무를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상상하게 된다. 아마도 한없이 처연함 속에 몸을 떨며 생명의 끈질김, 생명의 고귀함 같은 것을 절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수백년, 혹은 수천년은 사하라 남쪽 테네레 사막의 한 가운데에 이정표처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로 서 있던 아카시가 인간에 의해 두 번이나 공격을 당하며(길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자동차 사고라니!)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나무가 되어버린 사연은 인간이 이 세상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어처구니없기도 하다.

 

이 책은 식물에 관한 이론적인 책이 아니다. 오랫동안 식물을 연구해온 연구자가 식물의 다양성, 혁신성을 이해할 수 있는 예들을 들떠(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소개할 때의 그 ‘들뜸’이다)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식물의 모험담이라고 했는데, 식물은 그걸 즐기고, 그걸 통해 생존한다. 식물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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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 - 화폐, 전염병, 기후변화, 경쟁, 신뢰, 금융위기, 갈등 ㅣ 돈의 역사 2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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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경제(사) 이야기. 이 이야기들은 재미있고 유익하다.

1권에서는 사건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그 사건들이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로록 했다면, 2권에서는 먼저 이슈를 제시하고 그에 관한 역사와 경제에 대해서 쓰고 있는 형식이다.

 

7개의 이슈란, 표지에서 ‘화폐, 전염병, 기후변화, 경쟁, 신뢰, 금융위기, 갈등’라고 제시되어 있는데, 이것만 봐서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금방 짐작이 가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런데 내용으로 들어가면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눈에 들어오는데, 그걸 역사에서 시작해서 경제로 옮아간다. 즉, 흥미로운 역사 속에서 경제의 원리를 찾아내고 있는 것인데, 그 역사란 아주 오랜 역사에서 불과 10여 년 전,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와 현재의 미-중 갈등까지 다룬다. 그러니까 비록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의 경제를 다룬다는 점이 홍춘욱씨의 책이 가지는 장점이고 매력이다.

 

간단히만 다루는 역사와 그 주제에 대해 살펴보면,

1부에서는 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보물선에 실린 어마어마한 중국 동전을 통해서 ‘돈’, 즉 화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2부에서는 전염병을 다룬다. 요즘 특히 절감하지만 전염병의 역사는 우리의 경제 생활과 한 국가의 역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스페인 독감과 미국 이민법의 관계,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미국 역사의 방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부에서는 역사의 분기점이 된 기후 변화를 다룬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메소포타미아, 12세기 이후의 중국 등이 기후 변화로 인하여 커다란 분기점을 맞았다. 지금 우리도 역대급 기후변화를 맞닥뜨리고 있다.

4부는 다른 책에서 많이 다루었던 주제다. 왜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나? 여기선 다른 책에서 다룬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걸 기축통화와 군대의 관점에서 보고 있고,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로 넘어와 임진왜란 때 초반 조선군이 왜군에 일방적으로 밀린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5부에서는 금융 얘기를 하는데, 여기서는 실패의 역사가 교훈적이다. 1962년 인도의 화폐 개혁과 2009년 북한의 화폐 개혁이 바로 그 예다.

6부에서는 앞에서 얘기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다루고 7부에서는 현재 벌어지는 미-중 무역분쟁을 다룬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는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의미가 있지만, 어떻게 그 위기를 탈출했는지가 더 관심이 가고,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서는 우리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물론 정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에 대한 고민이 우선인 듯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역사가 될 것이고, 우리는 경제의 원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역사 속에서 경제의 원리를 찾는 게 당연할지 모르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경제적 원리에 의해 역사가 전개되었고,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란 걸 염두에 두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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