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 사유 없음 - 세력의 주가급등 패턴을 찾는 공시 매뉴얼
장지웅 지음 / (주)이상미디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세력에 대해서 얘기한다. ‘세력이란 기업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높임으로써 이익을 얻는 이들의 무리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 명시적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물론 불법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다르지만). 다만 이 세력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주가를 움직이는지를 알려준다(‘조작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도(100%라는 것은 없지만) 알려준다. 그래서 세력을 업고 이익을 취하거나, 혹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주가 차트나 소문만으로는 알 수 없으며,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시를 세심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공시의 문구만을 믿으라는 것도 아니다. 공시를 면밀히 분석한다는 것은, 과정 전체를 분석한다는 것이고, 그 문구 뒤에 숨어 있을 수도 있는 트릭까지도 알아낸다는 것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자는 여러 예를 들고, 또 비유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돈 공부에 대한 독후감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나는 주식을 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를 알기 위해서 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주식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것은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 투자하는 법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움직임이 의미하는 것을 알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이런 책이 내게 그다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중간에 놓지는 않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지식과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세력이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무척 회의감이 들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알아야 하고, 혹 하는 마음이 들 때 상기하고 들춸볼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갖는 데 이 책은 무척 요긴할 것이다. 또는 주위에 아주 일반적인 조언을 하는 데도(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못하고, 아마 이 책을 권유할 것이다).

 

가장 가슴에(그렇다. 가슴이다!) 와 닿는 부분은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한 대목에서였다. 제목 주가급등 사유 없음은 한국거래소가 특정 종목의 시세가 급격하게 분출될 때 해당 기업에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한다. 그때 그 기업은 대부분 형식적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해서 우리는 모른다.’ 주가급등 사유 없음이다.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이 책에서 가장 감상적인 표현으로 맺는다.

 

세력 입장에선 계획대로 일을 진행한 결과 시장이 목표주가를 만들어 주었으니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공시는 세력이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미는 것 같지만, 실제로 주가 급등의 명확한 사유는 애초부터 없었다. 급등에 필요한 재료를 만든 세력이나 급등하는 종목을 찾아 벌떼처럼 달려든 투자자의 탐욕이 사유라면 사유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보면 테마와 명분을 찾아 헤매는 욕망이 가격이라는 숫자로 바로 환원되는 신기한 곳이다.” (209)

 

그렇지만, 그 욕망을 버릴 수는 없으니 세력에 이용당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가 의미 있다. 이 책이 얘기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보면 테마와 명분을 찾아 헤매는 욕망이 가격이라는 숫자로 바로 환원되는 신기한 곳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퍼리치들에게 배우는 돈 공부
신진상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열풍이 불었다. 그중 하나가 주식투자 열풍이었다. 주식 계좌를 가진 사람이 약 100만 명 정도가 늘었다고 한다. 당연한 수순으로 주식 투자와 금융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어느 서점의 2020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니 경제 관련 서적이 10위 안에 무려 7권이었다).

 

하지만 나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관심대로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주식 투자나 금융에 관한 책은 잘 들게 되지 않는다.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서 정도가 아니면 굳이 투자 실전 같은 책을 읽어야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사정이 좀 달라졌다. 딸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아무래도 20대들의 주식 등에 대한 관심이 딸에게도 전파된 듯하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긴 돈으로 주식을 사고, 펀드에 가입한다(펀드는 그래도 저축 대신이지만, 주식은 아직 연습 수준으로). 그러면서 묻는데... 나는 아주 일반적인 얘기밖에 해줄 게 없었다.

 

내 성향상 재산을 걸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 주식 투자는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유튜브 같은 것을 통해서 검증되지 않은 조각 지식들을 통하기는 내키지 않고, ‘책의 인간’, ‘문자의 인간이니 지금까지 다른 분야에 대해 공부한 것과 같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신진상의 돈 공부는 어쩌면 나 같은 책의 인간에게 딱 맞는 돈 공부, 주식 공부의 첫걸음을 띠게 하는 책이다. 제목에 슈퍼리치들에게 배우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사실은 책을 통해서 돈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말하자면, 책을 통해서 돈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감각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의 내용을 통해서 다시 저자 자신의 돈과 투자에 대한 생각을 펼치는 책인 것이다.

 

저자는 절대 감각만으로, 무작정 투자하지 말라고 한다. 우선 공부를 해야 하고, 또 그 공부는 책을 통한 것이어야 체계적이 된다고 얘기한다. 투자에 관한 책만이 아니라 인문학, 심리학, 과학, 철학 등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세계에 대한 관점을 세우고, 그 바탕 위에 돈 공부를 해야만 한다고 한다(그래서 정말 많은, 그러나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선 돈의 속성과 본질을 깨우쳐야 하고, 나를 비롯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인간의 욕망에 대해 무지하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기 쉽고, 그에 관해서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며, 현대의 심리학과 뇌과학이 밝히고 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사회와 정치를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를 모르면서 돈을 벌 수는 없다. 또한 세계를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 등의 움직임을 모른다면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업 자체를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산업이 뜨고, 어떤 산업이 지는지에 대한 혜안 없이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도 잘 파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갈지 아닐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장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공부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저자는 바로 책 읽기라고 강조한다. 책 읽기를 통한 체계적으로 늘어난 지식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이어지고, 돈에 얽힌 다양한 상관 관계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게 바로 돈 공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493 - 콜럼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
찰스 만 지음, 최희숙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모제노센(Homogenocene). 찰스 만의 《1493》 전체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이 단어다. 지구적인 삶의 동질화, 균일화를 의미하는 단어다. 지금은 흔히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단어로는 포괄할 수 없는 질병과 생태 등의 균일화까지도 포함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상황이 바로 콜럼버스(찰스 만은 책에서 주로 콜론이라고 한다. 아메리카 도착 이후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의 아메리카 대륙 도착 이후라는 인식 하에, 찰스 만은 이 책의 제목은 “1493”이라고 했다.

사실 코로나19로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거나 교류를 제한하고 있어 서로 고립된 상황 같지만, 사실 이미 우리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속에 단단히 매여 있다. 그것은 지금 당장의 교류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 전부터 급속도로 진행되어 온 사건이며, 추세다. 그건 우리의 식탁에서 절대 빼놓지 못하고, 당연히 우리의 것이라 여기는 김치를 보아도 그렇다. 우리의 김치는 거의 대체로 빨간 고추가 주재료이지만, 그 고추는 한반도에서 나던 것이 아니다. 아메리카 원산인 고추는 어떤 경로이든 한반도로 전해졌고, 그게 당연히 우리의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그 밖에도 찰스 만이 정교하게 추적하고 있는 고구마와 감자 역시 그렇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호모제노센 세상에 살고 있었으며, 지금은 더 단단히

콜럼버스(혹은 콜론)가 아메리카에 발은 디딘 것은 1492년 12월 25일이었다. 그 이후 유럽과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이에는 숨가쁜 교류가 시작되었다. 가축이 되는 동물과 씨앗은 물론, 천연두(하도 많이 얘기된 거라 이 책에선 간단히 언급된다), 말라리아, 황열병 같은 병원체, 그리고 사람(정복자든, 노예든)이 서로 옮겨지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 결과는 대륙 사이의 뚜렷했던 생태계가 엇비슷해진 것이었다. 같은 질병으로 아프고, 죽어갔고, 동일한 작물을 기르고, 같은 가축을 키우며 기아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곤욕을 치렀다.

이러한 대륙 사이의 균일화는 유럽에서 아메리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호모제노센의 세상이 열리면서부터 쌍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찰스 만은 (앞에서도 연급했지만) 감자와 고구마 같은 아메리카의 작물이 아일랜드와 중국의 명나라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남아메리카의 특산물이던 고무나무가 동남아시아로 전파되면서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리고 또한 얼마나 황폐화되었는지를 꼼꼼하게 파헤치고 있다.

찰스 만이 특히 공을 들여서 살피고 있는 것은 인종 간의 결합이다. 그냥 단순하게 유럽인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인디언들을 거의 몰살시키고, 아프리카로부터 노예를 들여왔다는 것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매우 복잡한 역사가 있다는 것을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인종 사이에도 호모제노센의 세상이 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콜럼버스의 항해가 오늘날의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은 어쩌면 서구의 시각일 수 있고, 또한 지나친 과장으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그 이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던 대륙의 역사가 통합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존재가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찰스 만의 과장이 그렇게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즈음(《용의자 X의 헌실》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난 후였다) 그의 단편소설들을 읽었었다. 갈릴레오 시리즈였다. 이공계 출신의 추리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이력에 걸맞는 소설들이었다. 짧은 분량에 산뜻하게 사건을 전개시키고, ‘과학적으로’ 해결했다.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량은 장편이 아니라 단편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2000년 초반에 (일본에서) 나온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소설이 그의 장편소설과는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교한 전개, 세밀한 묘사 같은 것은 없더라도 단숨에 정점에 올라 터트리고는 다시 내려와 또 금세 다른 언덕을 오르게 되는 느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짧은 호흡 속에 자신이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인식시켜 놓았다. 그것도 장난스럽게.

다소는 과장될 수 밖에 없지만 여기 소설들에 비친 추리소설가의 모습은 여실히 현실의 추리소설가의 모습일 수 밖에 없다.

어느 해 수입이 느는 바람에 세금이 늘었는데, 그 세금을 줄이고자 쓰고 있는 소설 속에 개연성 없는 설정을 하는 소설가. 이과계 소설의 사이비 독자.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약속해 놓고 지키지 못해 요상한 게임을 시작하는 소설가. 치매에 걸린 소설가와 그 소설가가 쓴 좌충우돌의 소설을 고쳐 쓰는 또 다른 늙은 소설가, 그리고 또 늙은 독자. 소설 속 살인 상황이 그대로 벌어져서 무명의 소설가가 유명해지는 이야기, 그런데 그 상황을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가. 무작정 길고 긴 소설을 강요하는 출판사와 또 그것을 마지 못해(?) 들어주는 소설가. 추리소설을 끝까지 끌고는 왔는데 스스로도 범인을 모르고, 어떻게 살인이 저질러졌는지도 모르는 작가. 독서 기계를 통해 읽지도 않고 평론을 써대는 평론가, 그리고 그 독서기계에 맞추어 소설을 쓰는 작가.

이런 걸 아마도 블랙 유머라고 할 거다. 웃어야 하는데 심각한 이야기이고, 심각한 이야기라는 게 분명한데도 ‘푸흡’하고 웃음이 나는... 그런데 그 대상을 다름 아닌 추리소설 작가, 출판사, 독자로 삼았다. 이 책과 연결된 모든 고리들을 비꼬고 풍자한 셈이다. 이토록 잔인한 풍자라니.

과장되어 있지만 현실을 비꼬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게 단지 추리소설가와 그 업계에만 한정되어 적용되는 얘기일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은 과학 - 과학이 열리던 날,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김병민 지음 / 사월의책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은 정말 많다. 과학의 정의나 특성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과학을 생각의 방식이라고도 하고, 연구의 과정이라고도 하고, 또는 그 결과물을 과학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하게 과학을 설명해도 사람들은 과학이 어떤 것인지 다들 안다. 단일하게 공유된 것은 아니지만, 공유된 인상만큼은 분명하고, 또 그게 상당히 믿을 만하다. 과학은 그만큼 보편적이며 일상적이다.

김병민이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은 일관적이다. 일단은 우리의 일상에서 과학을 가져온다. 그 과학에는 그 내용을 설명하거나 처음으로 고안하거나 한 과학자가 있다. 그 과학자는 아주 유명한 과학자인 경우도 있지만, 현대의 일반적인 독자에게는 거의 잊혀진 과학자도 있다. 그리고 한두 명의 명성을 독차지한 과학자가 있긴 하지만, 그런 과학자의 성공을 뒷받침한 무수한 과학자가 있다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김병민은 그 과학자의 삶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만 그 과학자가 그 과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항만 간단히 살핀다. 그리고 과학을 이야기한다. 과학에 대한 이해는 또한 우리 인간, 사회, 지구, 우주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하나의 꼭지는 언제나 과학의 위대함과 한계를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한 일관된 방식이기에 그가 과학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도 상당히 분명하다. 숨어 있는 과학 에피소드를 종종 소개하지만, 그 에피소드의 특이성, 혹은 재미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과학이 과정이긴 하지만, 그 과학의 내용을 발견해나가기까지의 숨은 이야기보다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과학의 내용이 더 중요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으로 해당 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물론 나 자신을 포함한 과학자에게는 아주 조금 억울한 면도 있다). 그리고 그 과학의 내용은 반드시 우리의 삶과 관련이 있다. 만년필이나, 스카치테이프, 테플론 프라이팬 같은 것도, 에어컨이나 기생충, 시간에 관한 과학도 그렇고, 나아가 빛이라든지 밤하늘의 과학도 당연하다. 우연의 과학을 살펴보는 것도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과학의 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것 역시 우리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저자 자신의 전공(화학공학)이 있기에, 다소는 화학 분야의 과학에 대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허물이 아니다.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을 여기저기서 가져와 짜깁기 식으로 쓰는 것은 과학 칼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 깊이를 더해가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