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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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선생의 책을 거꾸로 읽고 있는 셈이다그래봤자 책그래도 책에 이어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그리고 이제 독서만담이다.

 

그런데 만담(漫談)’이라니문득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장소팔고춘자어린 시절 흑백 TV로 보던 둘의 대화에 배를 쥐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그들이 주고받는 웃긴 이야기를 만담이라고 했다(실제 정의로도 틀리지 않는다). 이게 독서에 어울리는 걸까웃기는 책이 없지는 않지만대체로 독서란 시끌벅적한 행사라기보다는 조용한 행위이고또 음미해야 하는 것 아닌가책에 관해서 도대체 어떤 재미난 얘기를 하길래 만담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결국은 책에 관한 얘기로 넘어가지만이 만담은 책에서 시작하지 않고박균호 선생의 일상에서 시작된다주로는 아내와의 냉전그리고 이어지는 화해라는 이름의 패배딸에 대한 아빠의 귀여운 시기 등등가족으로서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인 셈인데거기에 책이 끼어든다혼자 쓴 글이니결국은 혼자서 하는 이야기 같지만그의 이야기에는 항상 상대가 있고그 상대와의 상황과 주고받는 이야기가 글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홀로 하는 독백도 아니거니와그 이야기들이 슬며시 짓는 미소에서 또 어떤 경우에는 박장대소까지 이르게 하니 만담이라는 제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닌 셈이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책 이야기로 넘어간다무척 익숙한 패턴이다어디 다른 책에서 이런 형식을 많이 봐왔다는 뜻이 아니고내게 익숙하다는 얘기다박균호 선생만큼은 아니지만나도 어쩌다 책의 인간이 되어버린지라 아내나 딸을 비롯하여(이상하게 아들한테도 그렇게 잘 안되긴 한다), 주위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면 꼭 책이나 책 속의 내용을 끄집어내게 된다소수의 사람들은 끝까지 들어주지만다수의 사람들가까운 사람들일수록 아차 실수했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그런 이야기를 꺼낼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는 표정 말이다내가 이 책을 읽으며 더 많은 미소를 띠었다면 바로 그런 상황들이 떠올라서이다.

 

박균호 선생은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지는 않는다는 명제를 두고 머리말을 썼고, 3장으로 나뉜 책의 첫 번째 장의 제목을 하나도 쓸모 없는 책 이야기라고 지었다. ‘이나 쓸모’ 같은 걸 생각하면 박균호 선생 같이 책을 읽고책을 모으지는 않았을 거다책이 살아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은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되겠거니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읽지 않는 내게 그다지 내키지 않는 질문이다읽다보니 그게 쌓여 어떤 도움이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그걸 목적으로 삼지도 않았었으니 그걸 답이라고 내놓을 수도 없다그럴 때면 가장 가성비 높은 오락거리 중 하나라는 취지의 답을 한다가끔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스스로 답을 하기도 한다지금 내 나이에 그런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 줄 아냐고 속으로 항변하기도 한다박균호 선생은 이런 나의 마음을 잘 알 거라 확신한다.

 

책을 통해 무슨 일을 배우는 걸 종종 한낱 웃음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이를테면 책으로 연애를 배웠어요” 같은 것 말이다). 웃기도 하지만대체로는 속상하다웃음을 주는 책이라면 모를까책 자체가 그런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 한번 돌아봐서 생각하고반성하고혹은 기뻐하고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실수로 가득차고종종 잘못으로 점철되는 삶인데그래도 우리는 책을 읽고 반성한다늘 옳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자문할 수 있다책을 통해 배우는 게 아니라책을 통해 생각한다.

박균호 선생의 책은 그 과정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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