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림스 - 약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바꾸는가?
로렌 슬레이터 지음, 유혜인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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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에 관한 병을 색깔로 연상해보자면, 당연히 ‘블루(blue)’다. ‘파랑’이라고 하면 그 느낌이 나지 않는, ‘블루’. 정신병 치료약의 역사를 보면, 최초의 정신병 약이라고 할 수 있는 소라진(Thorazine)은 메틸린블루에서, 최초의 삼환계 항우울제인 이미프라민(Imipramine)은 섬머블루 혹은 스카이블루라고 불리는 염료에서 기원했다. ‘블루’는 그쪽과 뗄 수가 없는 색, 아니 이미지다.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로렌 슬레이터는 35년 동안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치료를 받았고, 어느 때부터는 약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온갖 부작용에 시달리고, 복용하던 약의 효과가 떨어져서 다른 종류의 약으로 바꾸면서도 자신의 병이 어떤 원인인지 알지 못하며, 또한 복용하는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른다. 그런 그녀가 정신과의 약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듣고 다닌 것이다.

일단 그녀는 정신과 약의 역사를 흥미 있게 보여주고 있다. 1950년대 등장해서 정신병동의 환자 수를 극적으로 줄여준 소라진에서 시작하여, 이미프라민 등의 삼환계 항우울제, 우울증 치료제로 대박을 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인 프로작(Prozac), 사랑의 묘약이라 불렸던 엑스터시(Ecstacy), 환각 버섯에서 유래한 실로사이빈(Psilocybin), 그리고 속임수약이라 불리는 플라세보와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이물질을 심는 뇌심부자극술까지. 그 약들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경로를 통해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약으로 등극했으며, 또 어떤 논란이 있는지, 어떻게 금지되었는지 등등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증상과 처방받았던 약들의 종류들, 그때의 느낌들 등등. 이 부분에서는 매우 문학적인데도 정신과 약들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와 따로 떼어 놓지 않고, 그 이야기들과 자신의 이야기들을 연결시켜 놓고 있다. 자신의 역사가 정신과 약들의 역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얘기이며, 약들의 한계가 바로 자신의 병의 문제라는 것을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가슴이 아파온다.

이 책에는 놀라운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지금 정신과의 약으로 쓰이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하기야 정신 질환에 대한 진단도 생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여러 가설이 등장했던 사라졌다. 도파민의 수치가 높으면 조현병이라고 했지만, 연구 결과 도파민 수치와 조현병 사이에는 관련성이 거의 없었다. 이후에는 세로토닌이 너무 적으면 우울증이 온다고 했지만(많은 책들이 그렇게 설명한다), 그래서 프라작같은 세로토닌의 양을 늘려주는 약을 성배로 떠받들었지만 우울증 환자이면서 세로토닌의 양이 많은 사람도 있고, 안정된 사람이 세로토닌을 적게 갖는 경우도 있다. 즉, 우리는, 아니 의사들도, 연구자들도 잘 모르고 있다. 더군다나 여러 정신과 약들이 작용하는 메커니즘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처방하고, 환자들은 복용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처방에 잘 듣고, 또 어떤 사람은 효과가 없다. 효과가 있었던 약이 점점 효과가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병이 재발하면 이전의 약이 듣지 않기도 한다. 아직 잘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얘기는 이른바 사이키델릭이라고 하는 약들에 대해서다. 엑스터시나 실로사이빈 같은 우리는 간단히 마약으로 취급하는 약들에 대한 긍정성이다(“나는 정신약리학의 다음 황금기가 사이키델릭과 함께 찾아올 것이라 본다.”). 이런 긍정적 평가는 다른 책에서도 접한 바가 있는데, 그때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반복해서 이런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하고 보니 과연 어떤 문제가 있었으며,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이고, 또 앞으로 이에 대해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이 책은 단순히 정신과 약의 역사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 아니다. 그 역사를 통해서 정신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하고, 그 병을 앓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공감하도록 하며, 정신과 약들의 의미와 미래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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