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전야의 최면술사 - 메스머주의와 프랑스 계몽주의의 종말
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 알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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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 메스머에 관해서는 두 번이나 책을 통해 접했다. 리디아 강과 네이트 페더슨의 돌팔이 의학의 역사, 톰 필립스의 진실의 흑역사.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메스머, 혹은 메스머리즘에 관해 이 두 권의 책은 매우 부정적이다. 돌팔이 의학의 역사에서는 돌팔이 의사였고, 진실의 흑역사에서는 거짓말쟁이였다.

 

그러나 로버트 단턴의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에서는 그의 의미가 달리 전해진다. 물론 메스머의 치료 기술은 사기에 가까운 것으로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활약한 시기에 그의 기술과 생각(나아가 철학)이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데 대해 분명 분석해야 해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그는 단순한 사기꾼, 돌팔이 의사만은 아니었다: “메스머주의가 오늘날에 터무니없어 보인다고 해서 역사가들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메스머주의야말로 1780년대 글을 아는 프랑스인들의 관심에 완벽히 부합했기 때문이다.” (33)

 

메스머주의가 가장 맹위를 떨친 것은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 전이었다. 오늘날 프랑스혁명의 원동력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프랑스 철학자들의 계몽주의를 떠올리고, 가장 결정적인 저서로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이 문맹인 프랑스 대중들, 나아가 글을 아는 이들이라도 그 따분한 책을 널리 읽었을 리가 만무하다. 심지어 로베스피에르 같은 이도 “1789년 이전에 사회계약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혁명을 예견하지 못했던 프랑스인들은 정치 이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메스머주의와 그 밖의 비정치적인 다른 유행들을 화제로 삼았다. ... 무엇 때문에 <사회계약론>같이 어렵고 당찮아 보이는 추상적인 관념들과 씨름하며 괴로워하겠는가?”, 75) 프랑스인들은 연애소설에 열광했고, 메스머의 치료 기술이나 열기구 같은 눈에 보이는, 새로운 과학에서 앙시엥레짐의 부조리한 구조를 타파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메스머는 독일의 의사였다. 그는 이른바 동물 자기론을 주장했고, 자석 없이도 자성을 띤 유체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인정받지 못한 그의 치료법은 1778년 파리에 도착한 이후 프랑스인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어냈다. 물론 과학아카데미와 같은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그의 치료법에 부정적이었으며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등법원에 의해 제지당했지만). , 그는 기존 권위에 의해 박해받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러한 상황과 함께 혁신적으로 여겨지는 과학으로 인정한 이들에 의해 이른바 메스머주의로까지 이어진다. 마라, 카라, 브리소 등과 같은 나중에 프랑스혁명의 기수가 된 이들이 바로 메스머주의자였다: “메스머주의는 지나가는 유행 이상의 어떤 것을 표상했다. ... 메스머주의는 동시대인들의 태도의 핵심을 파고들어 과학과 종교가 만나는 모호하고 사변적인 영역에서 권위가 필요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101)

 

그렇게 그것이 과학적으로 성립하는지, 하지 않는지와 관련 없이 메스머주의는 프랑스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로버트 단턴의 주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혁명 이후에도 사그라들었던 메스머주의가 19세기 중반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심지어 발자크나 위고와 같은 대문호도 메스머주의를 옹호하고 그에 기반한 작품을 썼다고 로버트 단턴은 단언한다: “동물 자기론은 메스머가 1778년 파리에서 그 존재를 선언한 이후 여러 차례 부활을 경험했다. 그리고 인간 희극레미제라블로 파고든 순간 메스머주의는 쓸모없게 된 계몽사상에서 멀어졌다.” (221)

 

우리는 현대의 관점에서 과거를 평가한다. 메스머의 동물 자기론이 터무니 없이 비과학적이라는 알기에 그 이론에 열광했던 18세기, 19세기 프랑스인들을 이해할 수 없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그 시점에서 그 현상을 바라보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여기선 프랑스혁명의 진짜 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시각이다. 혁명 전 급진적인 관념들이 어떻게 유포되었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선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후대 사람들이 허구를 읽는 지점에서 18세기 프랑스인들은 사실을 읽었다.”(38)

 

* 참고로 로버트 단턴은 독자들이 메스머에 대해 이미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을 것을 전제로 이 책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메스머와 메스머주의에 대해 좀 불친절하게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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