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집 - 지구화 이후의 세계 그리고 서사, 서동진

이 글에선 기후위기에서의 ‘기후’를 세 가지로 나눠서 살피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적 사실로서의 ‘기상’, 사회 역사적 실재로서의 ‘기후’, 현상적인 주관적 경험으로서의 ‘날씨’. 이러한 구분을 세세하기 다루고 있어 평소에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기후위기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았던 옛날을 떠올리는 대신 ‘형편없는 새로운 날들’을 택한다면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를 터널과 같은 세계화 이후의 자본주의의 시효 종말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촌평 - 엘리엇 페이지 [페이지 보이], 캔디 다림 윤

이 글에선 페이지 보이가 소중한 이유는 저자의 삶에서 우리의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온 그가 자신의 삶을 넘어 모두의 삶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대비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글이었습니다.

 

시 - 손에 잡히지 않는, 김리윤

시는 잘 모르지만 인상적인 문장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너는 결정과 움직임 사이의 틈새에 순순히 발이 걸리는 사람처럼, 솜이불 위에서만 사는 사람처럼, 지면의 부드러움을 믿는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지곤 했지.

-시선은 풍경을 발생시키고 동사를 데려온다.

-너의 눈꺼풀은 ‘감다’는 동사를 배우지 못한 것처럼 언제나 희미하게 떨렸지.

-너는 언제나 거울을 보는 대신 얼굴을 더듬어보는 쪽을 택하지. 그것이 깨끗한 발생을 만드는 것으로서의 눈을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손은 질문을 떠올리지 않네. 손은 기호를 원하지 않네. 손은 간격을 받아들이네. 손은 틈새를 꼼꼼히 더듬으며 지나가네.

 

소설 -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성해나

영화감독 김곤을 추종하던 화자는 그의 잘못을 변호하지만 결국 김곤은 그 잘못을 사과합니다. 그 모습을 본 화자의 감정과 발톱과 송곳니가 빠진 호랑이를 만지는 순간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이는 어쩌면 저에게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작가 조명 - 청의무봉의 웃음, 유병록 (김해자 시집 <니들의 시간>)

김해자 시인의 인터뷰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시가 그리 고상하고 고답적인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는 원시 부족들이 생활 속에서 주고받던 말에서 비롯되었다 여겨져요. 춤과 노래로 말했다는 원시인의 언어라고도 자주 생각해요.

-아픈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심각함, 비참함, 두려움에 먹히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웃나봐요. 생존형 웃음, 살기 위한 약으로서의 웃음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이란 이를 악물고 발굴해내려 노력하는 일종의 투쟁 비슷한 거랄까. 저보다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버텨내며 뭔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차마 절망할 수가 없어요. 뭐라도 해야지. 그럴 때 힘이 나서, 글을 쓰는 것도 같아요.

 

문학초점 -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 시 속에서라도, 박상수

이 글에선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서 ‘착한 화자’가 나타나는 것을 분석하였습니다. 가장 날카롭고 강렬한 문제의식을 장착한 채 전위로서 치열한 전복의 목소리를 내야 할 젊은 시인들이 오히려 충돌이나 마찰이 없는 소소하고 산뜩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글의 후반부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 사태’ 이후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가차 없고 공격적이며 때로 뻔뻔하고 냉혹한 언어 혹은 정동들이 텍스트의 차원을 넘어 현실로 흘러넘쳐 실제 여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자각이 작동했기 때문이며 ‘시 속에서라도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며 평화롭고 싶다’는 욕망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험난한 현실에 잠시 눈을 돌려 문학 속에서라도, 비록 그것이 허구일지라도, 평화와 기쁨을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소설 - 대산대학문학상 [봄에 나는 것들], 강수빈

죽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잠긴 인물과 그를 살피고 돌보는 주변 인물들의 연대가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봄날에 어울리는 소설이었고 앞으로도 강수빈 작가님의 글을 더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은 내 일이 가까워질 거야 - 좋아하는 것을 찾고 진로를 탐색하는 너에게, 행복한 아침독서 2023년 12월 사서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2023년 12월 이달의 새 책 곰곰문고 25
김시원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로 구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동입니다 ㅜ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물관을 쓰는 직업 -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일과 유물에 대한 깊은 사랑을 쓰다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신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꼭 사야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