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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후회없는 삶"
참 어려운 말이다.
'삶'이란 놈은 너무도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하며, 오만방자하다가도, 한 없이 소심한 놈인 것 같다.
이러한 삶을 단 하나의 명제인, '후회없는'으로 정의한다는 것은 어쩌면 바다를 육지로 만들고, 하늘을 땅으로 만든다는 것 만큼 허황해 보이기까지 한다. 삶이라는 것이 어디 한 시점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주제로 정하여져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삶을 살아나가는 주체인 우리 인간은 삶의 대부분을 '살아지'고 있는 것이지 '후회없기'를 평가받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니 더더욱 객관적인 '후회없는 삶'을 살기는 힘든 일이다.
결국, 사전적인 의미, 누구나 공감하는 '후회없는 삶'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지식과 현명함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어지는 석학인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는 허황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 것인가?
이 책은 한편의 스릴러를 본듯한 잔상을 남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혹은 틀에 박혀, 타성에 젖어, 남들이 규정한 삶의 틀을 놓고 본다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일깨워 준다. 그가 세계적인 석학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기회를 얻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분명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만족'의 기준을 제시한다.
나의 아버지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도 삶을 살았었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한 삶을 살았었다. 당신들의 삶에 대한 느낌과 후회가 있었을테고, 그 후회와 느낌을 내 자식이 좀 더 좋은 쪽만을 받아들이기를 바래오셨을 것이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과 그들의 아버지들은 다들 그렇다. 그러는 와중에 그들의 기준이 자식들의 기준이 되고, 자식의 기준은 또 다른 자식의 기준이 되어갈 것이다. 물론, 먼저 삶을 살다간 이들의 조언이 오늘의 우리를 키워왔고, 더 나은 삶에 자양분이 되었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조언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기준'이 되어버린다면, 결국 그들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챗바퀴 돌다가는 인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하워드 교수가 이야기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그 누구의 삶도 아니기에 스스로의 삶에 대한 주제와 책임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남들이 이야기하는 '실패'에서도 그것이 내 삶의 실패가 아니라면 의연히 나의 기회를 찾아 일어설 수 있으며, 남들이 이야기하는 '성공'속에서도 내 삶의 (궁극적인)성공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으면 그 만큼 내 삶은 '나의 삶'이 되는 것...
하워드 교수가 말하고 싶은 '후회없는 삶'
그것은 세상이 말하는 후회없는 삶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 말하는, 그래서 나 자신이 귀 기울여 들어줬으면 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언젠가 찰스 슐츠가 이런 말을 했었지. ‘너 자신이 되어라. 다른 사람들은 이미 선택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