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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화 순례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9년 3월
평점 :
서울 문화 순례
이 책에서 무엇인가 엄청난 것을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각박한 세상, 힘들고 찌들어가는 내게 있어, 잠깐이나마 휴식이 되고, 그 휴식이 또한 약간의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방편이 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매일을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코스로 출근과 퇴근을 한다. 가끔씩 지하철에서 멍하니 노선표를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신기하다. 왜냐하면, 나는 알지도 못하는 문화재, 소위 '역사와 선조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문화재들을 내가 지하철을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기만 한다면 만날 수 있다는 엄청난 특혜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새로이 보급된 지하철 노선도의 명소 소개는, 그렇게 나에게 동경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지하철 밖으로 나갈 생각도, 그 문화재들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았으므로...
문득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항상 지나다니는 이 곳이, 해외 또는 지방에 사는 사람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그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더 더욱 무안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이 책은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읽었던 책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결코 무거운 내용이나, 어려운 서술로 씌어진 책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결국 애초에 내가 누리고자 했던 휴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었으니까.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한강을 유유히 유람하고, 그 물길을 따라 청계천에 이르면 어느새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교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듯 하였고, 그 길로 쭉 대로변을 나서서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남산에 올라 잠시 땀을 식히는 상춘객이 되어 보기도 하였다. 남산을 내려와 경복궁을 거닐며 왕의 생각을 나도 흉내내 보았고, 그 앞 북촌에서는 양반님네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국사당에서는 신명나는 판소리 한자락을 들을 수 있었고, 종묘에 이르러서는 경건한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였다. 인사동과 홍대를 오가며, 사람사는 냄새를 맡을 수도 있었다.
마침 좋은 계절에 서울 유람을 나서며 들뜬 마음으로 내가 사는 한 자리, 한 자리를 내가 아닌 타인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도 숨어 있는 책이었다.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하는 책!
그러나 결코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책!
구경 한번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