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엄마 - 이번 생(生)에 나를 살릴 방법을 발견하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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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평을 쓰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자주 쓸때는 1일 1서평 쓰다가 거의 일주일만에(?) 서평을 쓰려니 뭔가 엄청 어색하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책을 읽었지만 서평을 남기기까지 여유는 없었다. 사실 이번 글도 약간은 의무감으로 책을 읽고 글을 남긴다. 책 한 권을 내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나의 이전과 다른 태도로 책을 대해 작가님께 조금 송구스럽긴 하다.

사실 『글 쓰는 엄마』 이 책은 질투심에 서평단 지원을 해서 받아본 책이다. 우선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있었기에 어떻게 이 주제로 글을 쓰셨나 궁금했다.

이번 생(生)에 나를 살릴 방법을 발견하다

 

부제목도 맘에 든다. 저자 윤슬님은 도서출판 '담다'의 대표님이시다. 아침에 잠깐 찾아보았는데 '윤슬책방'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듯 하다. 독서지도사, 평생교육사, 인생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인과 주니어를 대상으로 독서모임과 글쓰기,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저서로는 『오늘, 또 한걸음』 , 『책장 속의 키워드』 , 『살자, 한번 살아본 것 처럼』 , 『기록을 디자인하다』 ,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 『시간관리 시크릿』 등을 썼다.

 

목차는 위에서처럼 간단하다. 1부는 글 쓰기에 대해, 2부는 엄마의 삶에 대해 기록한다.

삶을 유지하는 것, 되돌아보는 것, 한 걸음 나아가는 것 모두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그 용기를 글쓰기로 배웠다.

그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에 휘청거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배웠다.

오늘도 어디선가 날아온 무법자가 내 안의 어떤 것을

건드리는 느낌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침을 열었다.

세상과 보폭(步幅)을 유지하고,

나만의 보법(步法)을 잊지 않게 위해,

뚜렷한 목표와 체계는 없지만

확장하는 삶을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글 쓰는 엄마』

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과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의지의 발견은 글을 쓰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 특권을 꼭 누렸으면 좋겠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26

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도구가 아닌 새로운 생각, 새로운 역할, 새로운 인식인지도 모른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는 진짜, 지금 우리에게는 진짜를 가려내는 눈이 필요하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30

 

 

위의 문장을 보면서 '진짜를 가려내는 눈'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은 이미 하고 있기에, 글 쓰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다움에 대해 고민하다.

이렇게, 저렇게라는 의도성보다 오히려 우연을 가장한 행동이 더 근원적일 수 있다. 반복적인 행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다움'에 대한 사적적인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의 흔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긍정이나 부정의 평가가 아닌, 어떤 것을 해왔는지, 무엇을 했었는지, 판단 없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략) 인생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행동'이 '생각'보다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보다 더 진실하고 명쾌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다움'의 해답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다움'도 행동이나 태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거기에 평소 어떤 말을 자주 하는 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일 수 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33-34

 

 

'나다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할 때가 언제일까? 아무래도 정서적 격변기를 맞이하는 '청소년기'와 아이를 낳고 바뀐 삶을 살아가는 '엄마로서의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의도치 않은 사회적, 국가적 격변기인 지금의 '코로나시대'가 아닐까 싶다. '대면, 비대면'이라는 이상한 신조어가 나타나고 사람들과의 교제도 실물영접이 아닌 '영상'으로 하는 이 시대일 것이다. 여기 저기서 코로나 이전 시대로는 우리가 돌아갈 수 없으니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비록 워킹맘이고 휴가조차 마음대로 낼 수 없는 시간제 직장인이라 이 사태에도 아이들을 긴급보육으로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는 비교적 기존의 삶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는 있다. 뉴스를 봐도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와 뉴스를 안 본지 오래되었다. 그러다보니 조금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해하며 일상을 살아낼 수 있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며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했더니 일상이 어떻게든 살아졌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라지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에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하게 된다. 그런 고민들 속에 '나다움'에 대한 발견도 가능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이 난 어렵지만 기대된다.

로나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변화를 추구한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과정이며, 살아있음의 반증이다. 멈춘다는 것이 죽음이며, 이별이다. 코로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의 역사에 밀려 자신의 역사까지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수레바퀴가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어도, 그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 생각지도 못한 속도였다. 그런 상황이면 세게 한방 맞을 수밖에 없다. 나비처럼 춤추다가 벌떼처럼 달려들면 어떨 수 없는 일이다.

(중략) 무슨 일이든 손에 익으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코로나였든, 아니었든, 어느 상황에서든 익숙함이 있었고, 지루함이 있엇다. "하지 않을 이유"와 "할 수 없는 이유"는 항상 존재했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44,48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는 학습의 시간이었다. 나와 화해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복잡한 것 속에서 일련의 구조를 만들어 보는 실험의 장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느끼는 만족감,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확신은 내게 일어난 문제 앞에서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마음 상태나 생각이 어떠한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끝내는 것이 나니라 종이 위에 펼쳐놓은 것만으로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도 덤으로 배울 수 있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51

한창, 육아로 지쳐 있을 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많은 것을 실험했다. 한 두 번의 글쓰기로는 아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꾸준한 글쓰기는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모두 비슷하구나. 노력하니까 힘이 드는 거구나. 노력하지 않으면 힘들 일도 없을텐데 말이야. 모두 노력하면서, 방황하면서 살아가는구나'

『글 쓰는 엄마』 페이지 63

 

요즘 몸도 마음도 지쳐가면서 나도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니까 힘이 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을 벌이지 않고 단순하게 주어진 일만 해도 이렇게 힘들진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다고 멈추긴 싫다. 아직 시작인데, 이렇게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듯하다. 얼마동안 방황할지, 얼마동안 헤맬지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속에 분명 깨달음이 있을테니 멈추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겠다.

...그렇게 하얀 종이는 나의 선택을 받아주었다. 모든 순간, 모든 감정에 대해 판단 없이 받아주었다. 큰 호흡이 나올 때까지, 큰 울음이 나올 때까지, 가슴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모든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하얀 종이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엄마가 된 나에게, 엄마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편견 없이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었다. 내 이름을 잃어버린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을 때도 그랬다. 속상한 마음에 가슴 무너져 내린 날에도, 나라는 존재의 쓰임을 확인받지 못한 날에도 하얀 종이의 위로는 계속되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113

글쓰기는 참 이상하다. 어느 때는 즐거우면서도 어느 때는 무척 힘이 든다. 내 삶속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친구 였다가도 갑자기 등을 돌리고 싶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얀 종이는 모든 순간, 모든 감정에 대해 판단 없이 받아주었다. 큰 호흡이 나올 때까지, 큰 울음이 나올 때까지, 가슴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모든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이 문장에 가슴에 와닿는다. 난 아무래도 평생을 무언가 끄적이고 살아야 할 듯하다. 아직은 말보다 글이 편하다. 내 안의 내가 너무도 많다는 걸 알기에 하얀 종이에라도 조심스레 끄집어 내어 살펴봐주고 보듬어줘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만난 책, 『글 쓰는 엄마』 는 나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춰볼 책이다. 책도 가볍고 글밥도 많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지가 두꺼워 책장이 자꾸만 넘어가서 꼭 붙들고 읽지 않으면 놓쳐버린다.

"글 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로 위로를 받으며 책장을 덮는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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