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말했습니다
정영진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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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마음에 설렘이 필요한지, 마음이 너무 완악하여져서 말랑말랑한 사랑의 감정이 필요한 것인지 '사랑에세이' '연애에세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내 감성, 현실을 사느라 많이 무뎌졌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신선하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풍선바람빠지듯 내 마음을 자꾸 빠져나가니 책을 통해서라도 그런 마음을 다시 불러오라 하나 보다.

 

 

 

 

 

주말내내 아이들 돌보고 어느 때는 조카까지 돌보느라 미처 나를 돌보지 못한다. 지난 주말, 둘째 아이가 차에서 낮잠에 곤히 빠져있을 때 잠깐 애정하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차에서 마시며 책을 펼쳤다.

뭔가 나를 위해 보상하는 듯한 고요하고 달달한 시간.

마주한 책, 사랑이 말했습니다는 표지부터가 따뜻하고 포근하다. 저자의 소개에서

누군가를 응원하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글이 진심을 전하는 가장 좋은 도구이고, 글이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따뜻한 포옹이라고 믿고 있다.

저자 소개 중

라고 말한다. 글이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따뜻한 포옹이라니...... 너무 표현이 좋다. 나도 글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로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생각까지는 못해봤는데 책을 끝까지 읽기도 전에 누군가의 따뜻한 품에 안겨 토닥임을 받는 느낌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뉜다.

1장 파도처럼 네 생각만 하며

2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 또렷해진다면

3장 나는 네 생각으로 가득한 꿈

4장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사랑했을 뿐이야

 

사랑이 말했습니다p12

 

어쩜, 이렇게 뭉클한 고백을..... 글로 안아주시겠다더니 아주 따뜻하게 감싸안주신다.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좀 더 당당해져도 된다고, 이미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으니 그저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면 된다고, 내가 닿고 싶은 곳에 닿게 될거라고, 나란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고 나에게 필요한 말만 골라서 위로해주는데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랑이 말했습니다p18-19

 

 

사랑이 말했습니다p24-25

 

지나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지금 당장이야 큰일 날 것 같지만

며칠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더라구요.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싶어요.

무뎌지는 건지, 익숙해지는 건지.

알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더라구요.

사랑이 말했습니다p30

 

저자는 우리들에게 조금은 담대해졌으면, 조금은 무신경해졌으면, 조금은 자신에게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도 제발 그러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너그러워도 왜 꼭 나 자신에게는 인색해지는지......

 

인간은 태어나면서 외로운데

안 외로우려고 발버둥 치니까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게 아닐까.

늪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늪 속으로 더 빠져드는 것처럼.

사랑이 말했습니다p56

무슨 감정이든,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빨리 빠져나오고 싶어 안간힘을 써본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헤어나오기 힘든 것 같다. 언젠가는 그 감정들이 빠져나가겠지, 하고 차분히 기다리는 자세도 중요하다.

사랑도, 일도,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퍼즐 같아.

천천히, 주의 깊게 하다 보면

결국에는 다 맞춰지게 되어 있어.

사랑이 말했습니다p68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뜬금없이 생겼을까?'라는 의문이 들때가 있다. 그럴때면 열심히, 착하게, 최선을 다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고 낙심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 이럴려고 전에 그런일이 있었구나.'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책을 보며 계속 살면서 염두해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p74

 

사람도 똑같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삭막하고 추운 세상,

조금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어 두지 않으면

수도처럼 얼어붙어 버리지 않을까.

p75

나는 내가 힘들때 누군가에게 바로 말하지 못한다. 나의 힘들고 우울한 마음이 상대에게 전이될까봐.

얼마전 서밤봄봄블블의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다. 힘들때마다 바로 바로 친구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라고. 그러지않으면 그것이 쌓여 더 큰 힘듦이 된다고. 약간의 힘듦이 쌓여있을때 바로 이야기하면 해소가 되는데 쌓아두면 그렇지않다고 말이다.

나도 남들 생각해서 얘기하지 않는 버릇을 좀 고쳐야겠다.

 

 

p117

 

나도 ''의 어감이 참 좋다. '일랑일랑'하니 12년도인가,13년도인가 이별에 힘들었을때 기분전환삼아 떠난 여행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찮게 듣고 반했던 노래가 있다. 바로 바이루비타의 '일랑일랑'이다.

호수같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카페에 앉아 이 노래를 듣는데 어찌나 좋던지 마음이 오랜만에 '일랑일랑' 설레였다. 딱 사랑을 막 시작할 때의 셀렘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때 접한 바이루비타의 앨범

 

단어 하나로 옛 추억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ㄷ다.

 

 

p148

 

책의 중반부터는 달콤 씁쓸한 사랑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랑에 빠졌을 때 여기 저기서 듣고 '이거 내 마음인데?'했던 익숙하지만 잊고 지냈던 말과 마음들.

 

 

p166

 

 

위의 글을 보니 내 귀여운 아이들이 생각난다. 나에게 마지막 진정한 사랑은 우리 아이들인가보다. 어찌됐든 변하지 않을, 불안하지 않은 사랑.

 

 

p172

 

나도 그래서 오늘, 마음을 다해 글을 쓴다.

 

3년을 만났는데,

1분 만에 헤어진다.

1,576,800분을 만났는데

헤어지는 데는 단 1.

p252

 

p254-255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했던 그 1,576,800분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문장이 와닿았다. 사랑할 땐 순간 순간이 아름답고 애틋했는데 이별은 1분만에 허무하게 끝나는 경험. 사랑끝은 이별인 걸 알면서도 시도하게 되는 사랑.

지금은 아픈 이별도 희미한 추억의 조각들로만 남아있다. 이별하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순간도 있었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말랑말랑 순수해진 감정이 나쁘지않다. 사랑할 때 즐겨들었던 음악이나 들으며 조금 더 그 감정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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