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푸가 G단조>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청신하고 아름다운 주제가 반복되면서 뼈대가 세워지더니 수채화를 그릴 때처럼 붓질이 수십 차례 오가면서 사이가 채워져나갔다. 벽돌이 끼워맞춰지고 창문이 생겨났다. 창 안쪽에는 레이스 커튼이 쳐지고 벽은 자줏빛 휘장이 둘러쌌다. 어둡고 따뜻한 내부에는 오래된 가구가 배치되고 샹들리에 촛대에는 굷은 양초가 꽂혔으며 오렌지색의 따뜻한 불빛이 내부를 밝혔다. 벽에 그림이 걸리고 책장에는 책이 꽂히고 식탁에는 접시가 놓이고 와인잔이 채워졌다. 사람들의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 그리고 아기의 웃음소리 같은 맑고 투명한 소리가 났다. 지붕 위에는 붉은 기와가 씌워지고 정원의 사이프러스나무 사이로 사자 문장이 그려진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정교한 건축물이 점점 완성된 모양을 갖춰나가는 과정이 뇌세포 하나하나로 지각되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이르러 세상에 다시없을 아름다운 집이 찬란한 햇빛을 배경으로 투명하게 서 있는 것을 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