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나쁜 사랑일지라도 예술만은 그것을 껴안는다.

아 템포 a tempo. 이탈리아어로 ‘원래 박자‘를 의미하는 이 말은 악보에서 원래 박자로 ‘되돌아오라‘는 의미로 쓰인다. 통상적으로 작곡가들은 리타르단도 ritardando(점차 느리게)를 적고 난 몇마디 후 이것을 적어 늦추어진 박자를 원상태로 되돌린다.

날쌘 음표들이 똑똑한 화성들과 함께 유머러스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하이든의 곡임을 짐작하고, 비슷하긴 한데 훨씬 더 성악적인 멜로디에 극적인 분위기를 가졌으면 그건 모차르트임을, 거기에 반음계적 선율과 화성이 더해지고 가벼움이 더해지면 멘델스존임을 구분해 낼 수 있다면 이미 그들 고유의 언어와 어법을 파악한 것이나 다름없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영원히 깨지 않을 꿈속에 박제된 최후의 낭만이라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그냥 그 순간의 참혹한 현장들이었다. 어차피 진실이 실종되어버린 사회에서 그에게 유일한 진실이란 죽지 않고 사는것, 그리고 그 삶 너머의 음악뿐이 아니었을까.

전통과 혁신을 오가는 잽싼 마인드, 장조와 단조를 마구 넘나드는 과감한 화성 전개, 악기의 색깔에 무게를 많이 두고 음고 하나하나의 가치를 높이 살린 특색 등은 같은 유대계의 피를 가지고 있었던 선배 멘델스존의 음악과도 닮았다. 특히 그 모든 것을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쓴듯한 매끄러운 텍스처가 제일 닮았다. 하지만 고유의 악마적인 시상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멘델스존보다도 더 뛰어나다. 강한 내러티브를 배경으로 하는 리스트의 ‘이유있는‘ 광기에 비교하자면 알캉의 광기는 영 앞뒤가 없어 훨씬 더 공포스러우면서도, 뭔지 모른 통찰력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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