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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산타 ㅣ 그림책이 참 좋아 102
박성익 지음 / 책읽는곰 / 2023년 11월
평점 :

어쩌다 산타
“엄마, 이 책에 있는 여우 산타 맞아요?”
정체모를 빨간 가방을 들고 가죽 자켓을 걸친 여우를 보며
4살 아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깊은 밤.
춥고 배고픈 여우가 마을 어귀를 서성인다.
이내 따뜻한 불빛에 이끌려 토끼네로 향하는데...
굴뚝을 타고 내려가는 여우는 수상한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토끼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 빨간 모자를 냉큼 쓰고
따뜻한 장화와 포근한 외투로 단장하고,
부엌에서 주린 배를 채우려하는 담대함까지 보인다.
그냥 먹어도 될 것을... 음식에 뿌리려던 후춧가루가
코로 들어가는 통에 요란한 재채기로 토끼 가족을 깨우는데...
영리한 여우이기도 하지.
“내가 누구냐면 말이죠... 나는 산타에요.”
책을 읽는 내내
미간의 주름을 펴지 않은 채 토끼가족을 걱정하면서도
여우가 우리 집에 올 수 있으니
빨간 옷과 케잌을 준비하자는 동심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우리에게 ‘어쩌다’ 온 가장 멋진 선물은
작가가 그리고, 오리고, 붙여 완성한 이 정성스러운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