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 - 다리, 터널, 도로, 통신망, 전력망, 철도, 댐, 상하수도, 건설 장비까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인프라의 모든 것
그레이디 힐하우스 지음, 윤신영 옮김 / 한빛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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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그레이디 힐하우스

토목공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유튜브에서 가장 큰 공학 채널인 'Practical Engineering'을 운영한다. 사회 기반 시설과 인간이 만든 환경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동영상으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사이언스 채널과 디스커버리 채널은 물론 여러 출판물에도 소개되었다. 풀타임으로 동영상을 제작하기 전에는 10년 가까이 공학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댐과 수력 구조물에 중점을 둔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책 속 옮긴이 소개편)

설겆이를 하다가, 샤워를 하다가도 이렇게 맑은 물은 어디서 어떻게 올까? 궁금해지곤 한다. 무심코 집어드는 휴대폰을 보면서도 어디서 전파를 이렇게 받아서 늘 업데이트되며 새로운 정보를 주고 연락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줄까?현대는 확실히 만질 수 있는 물질 세상보다 무형의 자산으로 그 축이 옮겨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기반 시설없이 단 하루도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삶 속에 당연한 역할을 해오는 도시의 전기, 물, 건설, 다리, 통신, 도로, 댐, 해안 구조물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다룬다. 나는 책을 꼼꼼히 보려고 하는 편이라 읽는데 꽤 시간이 소요되었다. 읽으면서 정말 몰랐던 기저의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서 나의 머릿속에 한 번도 밟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도시공학의 세계에 발을 들인 기분이 든다.





1장 전력망 파트가 정말 흥미로웠는데 그 중에서 항상 감상적으로 바라보던 터빈의 내부를 보여주어 관심있게 보았다. 바람이 많은 도로를 지나갈 때 평화로워보이는 푸른 산과 어우러져 하얗게 솟아 있던 풍력발전기가 어떻게 전기를 생산하는지 궁금했는데 친절하고 알기 쉬운 설명으로 발전기를 이루는 장비의 구성요소를 설명해준다.

"바람이 언제 불지 결정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풍력 발전기 터빈이 많은 지역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사람은 전기 사용량 예측을 위해서는 물론, 전기 생산량 예측을 위해서도 일기 예보를 반드시 참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석탄이나 천연가스, 우라늄과 달리 바람은 공짜이고 우리가 그 에너지를 수확할 터빈을 갖고 있는 가지고 있지 않든 바람은 항상 붑니다. 이러한 자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죠!... 터빈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최고의 효율을 냅니다. "

. 휴대용 충전기로 일정량 이상은 비축이 안되고, 한여름에 에너지셧다운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성질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풍력발전기처럼 자연이 주는 바람에너지를 놓치지 않고 그때그때 최대한 생산하여 공급을 보충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바람의 방향의 정면으로 향하도록 하기 위해 풍력발전기 끝에 '요'라고 불리우는 커다란 꼬리가 회전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늘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말이다. 우리 눈에 아름다운 풍력발전기가 완성되기 까지 얼마나 정교한 공학적인 기술이 들어갔는지 알기 쉽게 설명을 덧붙여서 공학에 관심이 많은 자녀가 있다면 참 재미있게 볼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전탑을 다루는 장에서 전기에 대한 설명이 자세해서 과학 시간에 전기를 배우고 있는 중2 아이와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이가 말하길 전류가 흐르는 길에 있는 원자들의 방해를 받아서 생기는 것이 저항이라고 한다) 송전에 사용하는 전선인 도체로 한쪽에 전기를 흘려 넣으면 반대편 끝에서는 저항때문에 절대 100퍼센트의 전기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송전 선로에서 저항으로 버려지는 에너지의 양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한다. 전류가 크면 낭비되는 전기도 많아지고, 전압을 높이게 되면 같은 양의 전력을 보내기 위해 전류는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때 발전소의 변압기는 송전 설로를 통해 전류를 보내기 전에 전압을 높여 전류를 낮추고 전선의 저항 때문에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 하여 최종 소비자에 도달하는 전력을 가능한 한 많아지게 한다고 한다.

변전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문외한이었구나 몇 개월 전 새벽 한두시 사이에 갑자기 모든 전원이 셧다운 된 적이 있다. 베란다의 문을 열어봤더니 우리집을 포함한 아파트 대단지와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주택가까지도 완전히 블랙이었다. 만일 이 책을 그 전에 읽었다면 변전소 내의 급전선이라는 강압시설에서 누전이 발생하여 소비자 일부를 전체 전력망에서 분리해 피해를 최소화 하고 전체 전력망을 보호하는 동시에 장애를 신속하고 비용효율적으로 복구하기 위한 차단이겠구나 생각하며 더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이렇게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한 전력망을 쓰는 구획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을 오히려 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통신이 대부분 물리적인 선을 통해 이루어진 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선들이 우리 집 바로 앞 전봇대에 오기 전까지 지하와 해저를 통해 온다고 하니 내가 아무 의식없이 쓰고 있는 통신을 위해 얼마나 큰 인류의 수고가 들어갔나 새삼 멈춰 생각해보게 된다. 전봇대의 맨 위에는 가장 위험한 고압 배전선이 있고, 사진 속 아래에 세줄이 통신공간이라고 한다. 고압전선과 간격을 넓게 해서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했다. 통신공간이 가장 낮은 곳인 이유는 감전 위험이 없고, 유지 보수 할 일이 잦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신선은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서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강철 조가선이 지지를 도와줍니다. 통신 케이블이 조가선에 묶여있는 경우도 있고 8자형 케이블처럼 조가선이 보호 외피에 통합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을 끼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가면서 창밖에 보이는 사뿐히 강위에 내려앉은 듯한 다리들을 하나 둘씩 이름을 부르며 지나갈 때가 있다. 이 책에서 다리의 종류별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각 다리마다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주안점을 두고 그 다리가 선택되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허공에서 상당한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물은 그것이 어떤 바익으로 건설됐든 뭔가 마법같은 면이 있습니다. "

의외의 정보는 아치형 다리가 건설하기가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학교에서 하드에 꽂힌 나무를 이용하여 가장 탄탄한 아치형 다리 만들기를 하던 모습이 기억이 났다. 아치는 완성되기 전까지는 그 모양을 지탱하도록 견고하게 유지하는 일이 나무꼭지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시멘트를 나르는 레미콘이나 많은 차량의 무게를 긴 세월동안 견디도록 설치하는 일이 정말 힘들겠구나 싶었다. 왠지 고풍스러운 아치형 다리의 풍경이 이제는 어느 공학자와 건설가의 피땀일까 할 것 같다.

"현수교는 건설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구조물로 대체할 수 없는 경우에만 건설됩니다."

이번 미국 볼티모어 다리에 선박이 충돌한 다리는 길이 2.57km의 긴 트러스교이다. 위의 그림에서 트러스교는 하중을 떠받치는 구조물인 보가 없이 대신 트러스를 사용한다고 한다. 트러스는 작은 요소를 조립해 만든 견고하고 가벼운 구조물인데 이런 경량화 덕분에 트러스는 형교(보가 있는 형태)보다 더 긴 거리에 걸쳐 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볼티모어에서 세 번째로 긴 다리가 순식간에 무너진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트러스교의 특성상 중량이 가벼운 것도 하나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건설파트에 있던 매력적인 중장비자동차들의 삽화이다. 아이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것이 중장비 시리즈였다. 그때 이 책을 봤더라면 더 자세한 정보를 줄 수 있었을텐데 싶었다.

"굴착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또 다른 장비로는 트렌처가 있습니다. 톱니바뀌 또는 체인을 사용해 파이프, 배수관, 전기선 등 길게 이어진 기반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땅속으로 긴 구멍을 뚫습니다....그레이더도 도저와 마찬가지로 긴 날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그레이더는 더 정밀한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레이더를 통해 높은 정확도로 땅의 수평을 맞추거나 평탄화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차량 앞에서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이동하던 노란 중장비차들 유심히 보면 닮은 듯 달랐었는데 이제 제대로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한 챕터 한 챕터 보면서 이 기술들이 한 순간에 짜잔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긴 세월을 거쳐 수많은 공학자들의 노력, 건설자들의 수고를 한땀 한 땀 쌓아올려 도달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가끔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이제 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는 이 시대에 이미 건설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 인프라를 제대로 관리할 공학자와 관리자가 얼마나 귀해질까 생각한다. 터널, 전철, 도로, 통신 등 이 책에서 깊이 있게 다뤄주는 시설들 없이는 우리 삶은 퇴보하고 말고 물이나 전기 같은 기반 시설들은 아예 생활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 분야가 생각보다 화려한 컴퓨터 속 세상에 가려져서 당장 컴퓨터 통신에 사용된 전기가 오기까지, 통신망이 깊은 지하에 매설되어 집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엄청난 기술들이 경시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만져볼 수 있는 세상을 보게 되고 중요성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은 공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 나처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이 한 파트씩 읽어보면 그 호기심이 충족될 좋은 책이다. 전문성이 함께 하는 책이라 쉬운 책은 아니지만 깊이 있는 책이라 공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이 본다면 좋을 것 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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