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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악마 ㅣ 생각이 자라는 나무 24
하인리히 헴메 글, 마티아스 슈베러 그림, 안영란 옮김 / 푸른숲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부모님께서 수학에 거리감을 두고 꺼려하는 나에게 이 책을 사주셨었다. 부모님께서 생각해서 사주신 이 책을 나는 마냥 제쳐두고 읽기 쉬운 소설만 읽었는데 방학이 되어 심심해서 무언가 읽으려고 책장을 뒤지던 나에게 산뜻한 노란 표지의 초록색과 빨간색 수학악마의 로고가 보였다. 문득 책 내용이 궁금해서 열어 보았다. 한 장, 한 장 그림과 문제가 있는 책이었다. 그림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첫번째 장을 펴보니, 남편이 아내가 갖고 싶어했던 육각형시계를 사줌으로 남편이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쪽으로 서 있든지 상관없이 시침과 분침의 위치로 시간을 다 읽을 수 있기 위해서는 시계가 몇각형 이어야 하는 호기심이었다. 나는 갸우뚱 거리며 생각하였다.
정답으로는 숫자 표시가 없는 시계의 시간을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12시간을 지나는 동안 언젠가 한 번은 시침과 분침이 동시에 12시 방향을 가리키도록 놓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12시간 안에 시침과 분침이 11번, 즉 1시간 5분 27초마다 한 번씩 시침과 분침이 겹치게 되기 때문에 시계는 11각형이 되어야 된다고 한다. 때문에 11각형 시계는 바늘의 위치에 상관없이 시간을 읽을 수 있눈 것이라 하였다. 도저히 이 말의 뜻이 무언지 감이 잡히질 않아 왠지 모를 화가 나서 책을 덮어버렸다.
하지만 슬슬 약이 올라 이 책의 그 다음 문제를 종이에 구멍이 날 만큼 노려보았다. 이해가 안가고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종종 책을 덮으려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내 자신에게 그 다음 문제가 궁금하지 않냐고 되물어 보며 책장을 넘겨갔다. 비록 이 수학악마라는 책의 내용들을 다 이해하진 못 하였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다 넘겼을 땐 개운함이 느껴졌고 한번 더 읽게 된다면 완전히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이 책을 볼땐 아마도 설레인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것이리라 생각한다.
수학이란 것은 생각의 깊이가 문학처럼이나 깊어 그 모두를 이해할 수는 나로서는 부족한 점이 터무니없이 많다고 느낀다. 수학을 그리 좋아하지도 또 잘하지도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새 희망을 안겨줬다고나 할까? 이 책은 부모님의 권유로 읽자는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우연이지만 내 스스로가 이 책을 볼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재미도 있었지만 머리를 긁적이게하는 아리송한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