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지게 기초지식을 습득하기에 너무나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미생에서 보았듯...종합상사의 생태를 중국지사에서 일하는 전대광 부장이라는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소설의 형식을 빌어 잘 묘사하고 있다. 
많은 지역은 아니지만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요 도시 상하이, 베이징, 시안 등의 도시를 배경으로 역사와 경제발전 과정 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설명해 주고 있어 조 작가님의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조 작가님의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척결해야할 문제제기 의식을 보고 많이 배우게 된다. 


"...유학 간다 어쩐다, 그래서 일류 기업에 들어가면 무슨 수가 생기냐? 남들보다 월금 좀 더 받고 살다가 20년쯤 지나면 쓰레기 취급당해 퇴직이잖아...."(p.56)
중국 유학생인 송재형과 그의 친구 이남근의 대화속에서 나오는 이남근의 이 주장이 현재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의 비애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음에 씁쓸하면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게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어 있음을 조 작가님은 소설의 형식에서 잘 표현을 하고 있다.


"...모두가 새로 등장하는 중국의 동무업자들 때문에 똑같은 위기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 사태는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배신행위가 아니었다. 이미 30~40년 전에 우리가 일본의 각종 상품들을 보세가공하면서 신속하게 기술 습득을 해서 일본에 역공을 취하고, 동남아 시장에 저가공세를 하며 일본과 경쟁하기 시작했던 바로 그 방법이었다. 그 방법의 원조이며 시범국이 바로 한국이었던 것이다.
 그건 비양심적인 기술 도용이 아니었고, 몰염치한 배은망덕도 아니었다. 고기압이 저기압 쪽으로 흐르는 자연의 순리처럼 부자나라의 앞선 기술이 가난한 나라로 흘러가는 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p.111)
억울해 하는 한 기업 사장의 하소연을 표현하면서 이러 설명까지 덧붙여 우리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잣대를 들이대며 비하를 일삼기 보다는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중국을 대하는 식견의 부족을 꼬집는다 보여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중 하나는 일왕의 8.15 항복문 전문을 보여주며 작가님이 설명하고자 하는 일본의 과거사 사과없이 뻔뻔하게 지금까지도 왜 망언을 일삼고 신사참배를 종용하며 주변국들의 분노를 사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이었다. 
"오늘날 세계의 대세와 우리 제국이 처한 조건을 깊이 숙고한 결과 짐은 비상수단에 의지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노라.
 짐은 우리 정부에 공동선언 조항을 수락하기로 했다는 뜻을 미국, 영국, 중국, 소련 정부에 통고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백성의 안전과 안녕뿐만 아니라 만국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엄숙한 의무인바 짐은 그 의무를 마음 깊이 새기고 있노라.
 실로 짐은 일본의 자존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확보하려는 진심 어린 바람에서 미국과 영국에 전쟁을 선포했을 뿐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영토를 확장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전쟁은 근 4년을 끌어왔다. 그동안 짐의 육군과 해군은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싸웠고, 국가의 종복은 근면을 아끼지 않았으며, 짐의 1억 백성도 섬김에 소홀함이 없었다. 다들 최선을 다해왔으나 세계의 대세 또한 일보의 이익과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더욱이 적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탄을 새로이 사용해 무고한 생명을 무시로 빼앗기 시작했으니 그 피해가 실로 어디까지 갈지 헤아릴 수 없구나. 이 이상 교전을 계속한다면 일본 한 나라의 파괴와 소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의 절멸로 이어질 것이니라.
 상황이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짐의 1억 백성을 구할 것이며, 또 무슨 낯으로 황실 조상님들의 신위를 뵈옵겠는가? 이것이 짐이 정부에 열강의 공동선언 조항에 응하라고 지시한 연유다.
 짐은 제국과 합심하여 시종 동아시아의 해방에 힘서온 동앙아의 동맹국들에 심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에서 다쳤다거나 제 본분을 다하다 죽은 장교와 사병뿐만 아니라 그 유족을 생각하면 짐의 가슴을 밤이나 낮이나 고통을 가눌 길이 없다. 
 짐이 가장 염려하는 바는 부상자와 전쟁 피해자, 집과 호구지책을 잃은 사람들의 후생복지다. 금후 제국에 닥칠 고난과 시련은 분명히 녹록지 않을 것이다. 
 짐은 그대들, 짐의 백성들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짐은 시운의 지시를 받아들여 어차피 불가피하다면 아무리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이라 해도 인고하고 또 인고해 만세에 태평성대를 위해 길을 닦기로 다짐하였노라. 지금까지도 제국의 근간을 구하고 유지해 온바 그대들의 한결같은 충정을 믿기에 짐은 항시 그대들과 함께 있다. 
 행여 감정이 격발해 공연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형제끼리 의견이 달라 갑론을박하며 소요를 조성해 정도에서 벗어나 헤매다 끝내 세계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라. 
 각자 책임이 막중하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령스러운 땅의 불멸을 항시 믿으며 세세손손 한 가족으로 지내라. 장래를 건설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 정직하고 고결한 품성을 도야하며 굳은 의지로 밀고 나가 제국의 영광을 드높이고 진보하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지어다."(p.215)


이런 '항복문'에 항복이라는 단어도 없이 나열한 일왕의 항복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일왕은 항복문을 통해 일본 정치인들과 일본 국민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준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일본 정치인들은 절대로 사죄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종군 위안부나 중국의 난징다투사에 대해서도 망언을 계속할 것입니다."(p.215)
라고 작가님의 견해를 담고 있다. 또 작가님 자신도 소설을 빌어 아래와 같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우리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 동반자, 동지로서 강력하게 공동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제의하고자 합니다."


3권에서는 작가님의 이런저런 가이드라인 제시를 볼 수 있는데...
전대광 부장이 명예퇴직을 앞두고 후임을 교육하며 중국에서의 비지니스 노하우를 가르치는 부분에서 여러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여자 관리들에게는 서양식 레이디 퍼스트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서비스 제공이라던가...
남자 관리들에게는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자신의 중국어 능력이라던가 그들이 좋아하는 미국유학을 내세우기라던지 중국역사에 대한 존경과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던가 하는 부분이 중국인들을 대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됨을 제시한다.(p278~p280)


마지막으로, 비지니스 측면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을 소개하며 마무리 하려한다. 
"...비지니스의 알파요 오메가가 뭐요?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 정신을 투철하게 세우고 있으면 다 되는 일이오....중략...싸움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누구겠소?....중략...아무리 기운 센 놈도 기술 좋은 놈 못 당하고, 아무리 기술 좋은 놈도 젊은 놈 모 당하고, 아무리 젊은 놈도 죽기 살기로 덤비는 놈 못 당한다."(p.374)


다음에는 조정래 국민작가님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시리즈인 '아리랑' 과 '한강' 꼭 도전해 보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