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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많은 리뷰가 올라왔고, 거기에서 칭찬한 이 책의 장점들에는 동의한다. 남성들의 갇힌 세계와 그 세계에서 반복 양산 되는 한국 남성의 시스템 분석이 매력적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이 책의 목표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한국을 대표한다고 생각되는 평범한 (?) 한 남성의 개인사를 통해 조명해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정체성을 조명하는 수단이, 다시 말해 패러다임이 서양적이라는 사실이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페러다임은 크게 두 가지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한 가지가 정신 분석이고 또 하나가 기독교이다. 물론 이 자리에서 패러다임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감히 어떻게?!) 다만 동양적인 문화를 서양의 패러다임에 억지로 짜맞추어 넣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 남성의 세계와 여성의 세계라는 책 전체를 일관하는 이분법적 사고 역시 이런 서양식 도구에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절반까지는 흥미진진한데 후반부부터 자꾸만 반복되는 느낌이 드는 것 역시 그 원인이 이에 있지 않을가 생각되었다. 보다 동양적인 내음을 풍기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배태시킨, 그래서 거꾸로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나온 페러다임의 제시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