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장도연씨의 유튜브를 보면서 "나도" 하고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다. 그는 내향형이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힘들고 부끄럽다고 했다. 그럼에도 너무나 웃기고 싶은 본능이 있어 기어이 웃겨야 한단다. 평소 개그 프로그램이나 패널로 본 그는 천상 개그우먼이 아닌가? 선입견과는 다른 모습에 놀라면서도 어쩌면 부끄러움이 많은 그의 모습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고 묘하게 납득했다. 나도 그렇다. 그럼에도 사람 앞에 서서 말하는 직업을 23년째하고 있다.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즈음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러 왔을 때 선배로서 명쾌한 답을 주고 싶지만 언어와 지혜의 한계로 불분명하고 부족한 뭔가를 말하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무슨 말을 해주는 게 좋았을까 고민했던 기억 때문이다. 선배랍시고 명쾌한 답 하나 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이 책의 사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교사가 아니라면 이런 일로 민원을 넣느냐고 놀랄 일들도 많다. 이런 학부모도 자신이 속한 직장과 사회에서는 좋은 평판의 사람일 수 있다. 부당한 요구와 민원은 교실 밖을 넘지 않는다. 도의적이라는 무한책임과 교사의 무능으로 여겨 교실 안에서 곪아 터지기 직전이다. 교사의 연이은 자살로 인해 실체가 드러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성효 선생님 같은 선배 선생님이 계셨다면 교직생활이 덜 외로웠을 것이다. 주변에서 "교감선생님은 안 떨리세요?"라고 물을 정도로 학부모 민원에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분이지만 사실은 본인도 떨리고 도망가고 싶단다. 이 책의 사례는 본인이 겪은 일이고 그때마다 제대로 말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고 자책했었다고 한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면 지금은 이렇게 말하겠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을 쓰면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짐작할 뿐이다. 밤마다 이불킥하고 싶은 순간들, 상처를 끄집어 내고 떠올려야 하는 심정 말이다.그럼에도 과거의 감상으로 흐르거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서 좋다. 상황별 교사의 말하기, 대응법, 안내문, 바뀐 교육 정책과 법률 등이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다. 특히 공감하기, 바꿔 말하기 등 교사의 말하기는 입말이 되도록 연습하면 좋은 예이다.가장 밑바탕에는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할 관계라는 것, 신뢰를 쌓고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음에 있다. 학부모는 언제든 문의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러한 요구를 민원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해 버렸다. 또 3월 첫날부터 학생과 학부모에게 나를 알려주지도 않고 담임교사니까 신뢰하라고 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말한다. 말하기도 연습하고 자신을 돌아보되 자책하지 말라고. 배운 것이 있다면 어떤 일도 실패가 아니라고.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그럼에도 연습하면 된다고 용기를 준다.말주변도 지혜도 부족하여 우물쭈물하는 나지만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밀 책 하나 알게 되어 척 내밀 수 있겠다.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왜 취하는가, 어차피 깰 건데왜 사는가, 어차피 죽을 건데우리 이제 솔직히 털어놔봅시다.내 안의 욕망, 음주욕에 대해이슬아 작가의 프리뷰 ]용득 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덜 가식적인 사람이다.한 달 전 나에게 추천사를 요청하면서 이렇게 적기도 했다."이번 기회에 이슬아 작가님한테 어떻게든묻어가려는 개수작인만큼 부담 갖지 말고편하게 대충대충 써주시면 됩니다."대단히 용득적인 문장이다.이런 식으로 말하고 쓰는 사람을 만나면반가운 마음으로 내 겉치레도 내려놓게 된다.이 책에 수록된 대화들 중 어떤 것들이너무 웃긴 이유도 그래서다.
침착하게 우선 열 알을 사서 백화점 식품관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조심스레 맛을 보았는데 여전히 맛있어 하는 나를 다시 만났다. 만드는 지점마다 바삭거림이나 팥의 양따위가 미묘하게 달라서 같지만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제야 확신이 들어 스무 알을 더 사서 집으로 돌아와 이틀내내 나눠 먹었다. ‘이제 당분간은 그만 먹자. 이제는 먹고 싶어하는 마음을 키우자. 그렇게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까지도 맛있게 느껴졌다.이 정성은 음악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곡이 생기면 한 곡만 반복 재생하는 나는, 듣는 내내 처음의 감동이줄어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듣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멜로디나 가사가 좋았던 부분에서 점점 딴생각을 하게 될 때면 슬퍼진다.가끔의 정성, 정성을 쏟자. 좋아하는 것을 전과 같이 좋아하기 위해, - P115
내가 싫어지는 (사물들)딱 한 장만 잡히지 않고 자꾸 손가락에서 겉도는빵집 쟁반용 유산지,책방 서가에서 꺼냈다가 다시 꽂으려는데 틈이너무 좁아 도무지 끼워지지 않는 책,분명 잘 씻어둔 것 같은데 맑은 생수를 담아입에 갖다 대니 어항 냄새가 나는 물컵,손톱을 자른 다음 날 쓸 일이 꼭 생기는 마스킹 테이프,나와 함께 외출하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남겨진 지갑,오랜만에 청소하다가 발견한 똑같은 책 두 권,사방 중에서 한쪽 매듭이 풀려 솜이 한데뭉쳐버린 이불,외출 후에 마주한 아침 식사 설거지,작업실에 두고 온 노트북 충전기,텀블러를 놓고 나와 쓰게 된 테이크아웃일회용 컵과 슬리브와 빨대,냉장고 안에서 썩은 한때 싱싱했던 채소들. - P31
접에 두고 나온 줄 알았는데 주머니에서 잡히는 이어폰,시간이 빠듯해 대충 골랐지만 종일 눈이 가는 양말,병원 대기 시간이 길어져 지루할 때 생각난가방 속 책 한권,버스 안에서 당이 떨어질 때 꺼내 먹는비상 간식 초코바.아프지 않을 때 미리 사둔 생리통 진통제,큰다음 덕고 구입한 비싼 타월,한여름 밤 더워서 깼을 때 이불 위에서 잡히던에어 진 리도권,여행 파우치에 넣은 면봉,지난 여행에서 쓰지 않고 남긴 외화 지폐,크기별로 썰어 냉동실에 얼려둔 대파..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모처럼 잔뜩 동그랗게부풀어오르는 커피 원두,자기 전에 물에 헹궈서 말려둔 맥주 캔.내가 생각났다는 이유로 친구가 사준 그림책.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건강한 화분들. - 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