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정병규 엮음 / 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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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종이 위에 연필 하나로 모든 것을 함축해 놓은 듯한 이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내 안의 활기만이 끌어오른다. 어쩜 이렇게 나른하고 어쩜 이렇게 생동감 있게 표현을 잘했는지 그림 하나 하나에 시선을 빼앗긴다. 무슨 내용일까! 하는 마음으로 글자를 찾아보았지만  '심심해!', '심심해?', '달려!', '하! 잘 놀았다!' 라는 단어뿐 그 이상의 어떤 단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글이 필요없는 이 책은 그림으로 모든 것을 대변하고 표현하는 듯 하다.



심심해하는 동물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사자가 아닐까 싶다.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얼굴을 바닥에 댄 모습은 우리 아이가 한창 심심해했던 네살때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웃음짓게 되는 장면이었다. 정말 심심해 죽을 것 같은 몸짓과 표정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다.



생명력이라곤 느낄 수 없는 이 나른한 동물들은 누구의 모습일까! 나약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 아니 바로 어른인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어렸을적엔 노는것이 일상이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노는 것을 위해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대학을 위한 공부만이 허용되고 그 외의 것은 차단이 되어가는 우리의 교육앞에 아이들은 점점 졸고 있는 닭마냥 힘아리가 없는 아이처럼 느껴진다. 자기 스스로 꿈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교육현실에 안주하며 주어진 일만 다박다박 하는 아이들을 보면 생동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꼬집는 듯 하다. 아이들은 끌어오르는 생명력을 분출하고 맘껏 신나게 달릴 수 있는 특권이 있지만 그것을 맘껏 누리지 못하고 당연시 여기고 있는건 아닌지...



이 안의 동물들은 바로 내 아이의 모습이었기에 더 공감이 갔다. 고삐 풀린 망아지같다는 말을 나는 내 아이에게 곧잘 하곤 한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밖에 나가면 아이는 좋아 날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체력이 바닥 날때까지 체력을 100% 소모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천진한 아이의 모습과 열정을 볼 수 있어 좋다. 활기차게 달리는 모습과 그것을 표현해 놓은 그림은 내 숨까지도 가쁘게 한다.



점점 빠르게 질주하는 이 동물들을 보고 왜 뛰냐고 묻는것이 의미가 있을까! 나도 이 동물들과 함께 모든 생각과 잡념은 놔두고 무조건 앞만보고 질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렇게 뛰고 나면 정체되어 있던 생각들을 확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잠시나마 이 책을 통해 시원한 질주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글도 별로 없는 단순한 그림이지만 우리 딸아이들은 이 책에 열광했다. 어떠한 색이 없어서인지 더 깔끔하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 하다. 단순함 속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림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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