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가 고려에 저지른 반역 행위에서 늙은 아비를 용상에서 끌어내린 이방원과 이성계의 복위 전쟁이야기까지,'
이성계를 역적 혹은 반역자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 책의 뒷 표지 내용이 흥미로웠다. 또한 승자의 기록에 쓰여진 역사를 반역의 역사로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을 선물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도 새로운 조선을 시작하는 1권 개국에서 이성계를 위대한 역성혁명가로 보고 있다. 반역이라는 단어 자체가 역사에서 볼 때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인물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시선을 달리하면 이성계도 반역자, 역적이 될 수 있구나!가 참 좋았다.
12개의 반역사건으로 꾸며진 조선반역실록!
다른 시대보다 기록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나 역시 조선시대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게 느껴진다. 주입식교육의 폐해로 태종태세문단세도 외우고 있는 나는 태조의 조선 건국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은 것 같다. 전쟁의 천재 이성계가 탁원한 혁명과 정도전과 함께 만들어가는 조선. 그 조선에서 벌어진 반역 사건들. 시작부터가 반역이었다면 왠지 이치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p.41
그렇듯 조선은 고려왕조의 마지막 역적의 피 묻은 손에 세워진 나라였다. 하지만 조선을 세웠을 때만 해도 혁명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신이 다시 역적에 의해 쫓겨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그 역시 반역에 의해 쫓겨날 운명이었던 것을!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에게 쫓겨날 줄을 어찌 알았으랴!
태조 다음 정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2년, 우리는 태종을 훨씬 크게 기억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구나........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종이 원자로 삼았던 아들 불노를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까지 하며 살려야 했었던 사연은 어땠을까- 괜히 더 궁금해졌다. (불노는 결국 태종 즉위 후 정종의 아들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다가 유배되고 승려로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비극적이야) 자신의 형제들은 물론, 네명의 처남까지 모두 죽이고 장인 심온까지 역적으로 몰아 죽이다니.... 정말 대단한 야망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허균은 이 시대에 생각해보면 엘리트였을텐데... 이렇게 허망하게 제대로된 국문과 공초도 없이 사지가 찢어져 죽어나가다니.....
어둠의 시대가 끝나고 정권이 뒤바뀐 현재, 이 지금을 미래는 어떻게 평가하려나.
승자의 입장에서만 기록되었던 역사는 아이들에게도 이겨야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성계도 역적, 반역자일 수 있다는 시선으로 쓰여진 이 책이 참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