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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단지 보이는 그대로의 빛이나 물질이 아니다.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나 관습, 사회 체계를 내포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기관을 통한 인식 뿐 아니라 기억력, 지식, 상상력ㅡ 이 모든 것들이 더해져 비로소 우리는 그 색을 바라보게 된다.

무지개엔 파랑이 없다. 적어도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까지만 해도. 야만족의 색, 딱히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조차 없는 변두리 색이던 파랑은, 12세기 중세를 지나선 성모마리아의 신성함을 상징하고, 곧 이어 왕의 색으로 그리고 18세기 낭만주의 시대에선 괴테의 베르테르가 입은 푸른 연미복이 있었고, 노발리스의 푸른꽃이 있었다. 오늘날에 와선 괴테가 주장했듯이 '가장 역동적이고 명쾌한 색이자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색으로 올라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파랑은 따뜻할까, 차가울까? 라틴어에서 색을 뜻하는 '코로르(color)의 어원은 원래 '감추다'라는 뜻의 동사 케라레(celare)에서 왔다 하니 색은 그 무언가를 감추고 숨기고 있는 셈이다. 어찌보면 가치의 전복은 인간 역사에서 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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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고백
미시마 유키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의 불안과 공포는 대개 불확실성에서 온다.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때 우린 자유롭게 되지만 그게 어찌 쉽겠는가.

눈감고 내 몸을 온전히 물의 부력에 맡길 때. 그때엔 두둥실 떠 있다가도, 조금씩 의식이 되고 의심이 들어 몸이 가라앉을 조짐에 급기야 매번 눈이 번쩍 허우적대는 나의 웃지못할 수영장 비화(悲話)처럼 인생은 그러한가 보다. 그 점에서 미시마 유키오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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