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 - 일본군 자살특공대원으로 희생된 식민지 조선인
길윤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

 

생각해 보니. 1910년부터 1945년까지는 어떤 사람들에겐 평생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조선인 특공 대원의 명단(p.18)을 보면, 이들은 대부분 1920년대에 태어났다. 이들이 태어났을 때, 이미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조선'이 아닌 '일본'이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당대의 역사 인식을 부모(혹은 보호자)가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스승을 만났느냐가 이들의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들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형성에도 그 기여한 바가 적다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면, 특공 대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했다는 것이고, 일제 강점기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그들의 부모(혹은 보호자)가 친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혹은 보호자)의 선택일 것이지만 이러한 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당대의 엘리트라 칭송받던 그들은 대내외적으로 자신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일본에게 인정받고 있는 집안의 엘리트라 하더라도, 어쩌면 조선의 엘리트이기에 그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는 회고록 <회고 90년:이응준 자서전>에서 중위 시절 상관의 책상에서 우연히 자신의 인사 고과표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을 술회하고 있다. 표 안에는 "이 중위의 제반 성적은 우수하고 책임을 완수하여 누구로부터도 비난 받을 일이 추호도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점이 우리의 경계를 더욱 요한다."고 적혀 있었다. (p.81)

 

이런 차별 속에서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다양하다. 하나는 현실 상황을 인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을 바라지 않는 삶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내 인정받고자 하는 삶이 있을 것이다. 메슬로우의 'Esteem Needs'단계 즈음? 다음은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기 전, 일본 형사에게 검문을 받게 되자 특조합격증 서류를 내밀었을 때, 그 형사의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는 송효경의 말이다.

 

"그 순간 저는 고향을 떠나면서부터 가슴 속에 붙들고 있던 잡념과 부모님의 한탄과 반대, 지금까지 남아 있던 일말의 불안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이로서 내가 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기리하라 히사시,<특공에 산화한 조선인>   (p.102)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어느 누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것이야말로 그 순간 최고의 삶의 목표였을 수 도 있는 것을.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는 20세 전후의 꽃다운 젊은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이들은 당대 최고의 엘리트들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좋은 머리로 독립운동을 했으면 얼마나 좋아. 왜 바보같이 우리의 원수인 일본을 위해 전쟁에 나가 개죽음을 당하나. 그러니 친일파 아니겠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그들이 죽기 전 마지막 말 속에 남긴 '임'은 누구일까. 조선말로 썼다 하니 조선이겠지? 아니야, 일본 천황인가? 사랑하는 사람인가?'

'그래서 그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죽은 거지? 일본 천황을 위해? 조선을 위해?'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때문에 어떤 답을 얻든 그것은 픽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격동의 시대를 살아내야만 했던 민중들에 대한 비판과 평가보다는 그들의 아픈 삶을 가슴으로 품어야 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는 철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군 자살특공대원으로 희생된 조선인의 삶을 그려냈다. 그리고 작가는 그들의 삶과 사상에 대한 평가를 하지도, 또 독자에게 판단을 강요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가 오히려 더 비극적이랄까?

 

역사의 저편으로 치워져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만나 봤으면 좋겠다.

 

아아, 부르기에도 가슴 아픈 이름

인재웅, 임장수, 박동훈, 최정근, 김상필 이윤범, 탁경현, 윤제문, 이현재, 김광영, 노용우, 한정실,

그 외 본명을 알 수 없는 7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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