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조병준 지음 / 만물상자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나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그런 질문을 이 작가는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넌지시 던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읽기 시작하였다.

작가 조병준은 시인, 문학평론가나 여러 해 동안 인도와 유럽 등지를 여행하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대학원을 졸업하고 1992년『세계의 문학』에 '평화의 잠'등 3편의 시로 등단하였다. 여러 매체를 통해 문화에 관한 글을 집중적으로 발표했고 『유나바머』,『영화, 그 비밀의 언어』등의 책을 번역했다. 지은 책으로는 『나눔 나눔 나눔』,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오후 4시의 평화』,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길에서 만나다』등이 있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이때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 즉 '나를 만든 그들은 누구인가?'로 변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항상 자신의 기억이 정확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재구성된 기억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기억의 불완전성을 강조하는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다. 분명히 어느 시공간 속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완벽히 기억해 기술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동아, 그의 형, 연극배우 박상종, 김창완 아저씨, 루시아 등 한사람 한사람을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 있는 아버지를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고 넉넉함과 푸근함을 느끼고 그 안의 스무 살의 소년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고 존경을 느끼고 천사를 느끼고 또 행복을 느낀다.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그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조병준씨의 글은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었는데 그의 글은 어느 부분에서는 쉽게 빨리 넘어가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가슴에 와 닿는 말에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마음에 새기곤 하였다. 또 솔직하고 편안한 문체가 재미있다가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게 조병준만의 독특한 글쓰기인 것이다. 이런 면이 많은 독자를 끄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의 잃어버린 형에 관한 것이었다. 병준이가 너희 애기가 아니라는 동네의 할아버지에 말에 '우리 애기야! 이 씨발놈아!'라고 대드는 병훈이 형. 전혀 상스럽지 않고 이렇게 친근히 다가오는 욕이 또 있을까? 그런 형을 증오한다고 하였지만 아주 많이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형을 잃었지만 형은 그 안에 있다고 하였다. 억지로 만들어진 장남이지만 그 안에 형을 느끼면서 힘들지만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다. 그의 형 역시 조병준 그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의 사소한 주변 이야기지만 그가 그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그들 역시 그를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처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자그마하게 생기는 소망이 있다.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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