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감성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이별 앞에 죽을 듯 굴어도
결국엔 다른 누구나를 만나게 돼.
언젠가 다시 일상이 될거야.
그러니깐
적당히 슬퍼해.
촌스럽게 굴지말고,

사랑도 커피 같으면 좋겠다.
건조해진 말투로라도 '리필'을 말하게.
다 식어버린 사랑이라도,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리필을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눈물 정도의 맛은 괜찮아 할수있지만, 한 번으로 족하니깐.

체코, 터키,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볼리비아, 칠레,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지를 돌면서 여행동안 담은 사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 곳곳의 모든 벽들은 이 책안에 들어있는것인가? 온통 "벽" 뿐이다.
감성돋는 사진만큼이나 공감가는 예쁜 글들이 아주 간략하면서도 여운이 깊게 남아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별의 후일담 치고는 꽤나 쿨한 방식이지 않는가 싶었다. 남자와 여자가 주고받는 대화속에 아직도 가시지 않은
그들만의 사랑, 다툼, 연민,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툼속에서도 남녀둘은 충분히 사랑을 느꼈고,
벽앞에 서서 그들이 느꼈을 만한 생각들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아내었다.
his story, her story를 통해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을 천천히 부여준다.
책 밑부분에 사진촬영이 어디서 되어있는지도 같이 나와있어서 과연이 벽의 금이나 틈이, 자물쇠, 출입문,
한떨기 아름드리 피어난 장미꽃 넝쿨, 길옆으로 난 오솔길, 벽에 예쁘게 새겨진 아름다운 평면조각들은
과연 어느집의 벽이고, 문일까? 하는 궁금증을 야기시켰다. 벽을 하나놓고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수있다는것
자체가 매우 기발하면서 창의로웠다. 간결하면서 군더더기없는 필력이 마치 광고의 한 카피를 보고있는듯
명료하면서도 뇌리에 확 들어온다. 여느 문집에서는 보지못한 심플함이 살이 있는듯해서 매우 흥미로웠다.
여전히 그는 그녀에게서 벽이 느껴진다고 했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랑에 눈이 멀어서 보지 못해던 그녀를
멀어지니 숲이 보이듯 그녀가 보인다는 아주 멋진 시적 표현으로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그녀 또한 이렇게 이별할 줄 알았더라면, 그가 듣고싶어했던 그말 자주해주고,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자신의
마음을 미워라는 말로 역필하고 있다. 이 둘은 다시 만나면 안되는것인가? 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충분히
자신들의 사랑이 다시 굳게 닫혀있는 창문을 열게하고, 아름드리 예쁘고 싱그러운 넝쿨들이 늘어지는
예쁜 공간으로 재탄생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들에게 있어 벽은 다툼을 비유적으로 들어 말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서로의 다른점을 서로 인식하고 차이점을 이해해가면서 차분히 지난 사랑을 되짚어 보는 하나의 상징물이기도
한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동안만큼은 내가 그녀가 되고, 그가 되어서 감정 몰입을 할수있었고,
아프고 씁쓸한 이별의 상처가 한번씩은 있는 젊은 남녀모두가 이 책을 보고 크게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책의 디자인과 구성이 너무나도 독창적이여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매우훌륭한 감성을 덧입혀서
보는이로 하여금 감춰진 감성을 꿈틀대게 만들었던 작품이였다. 타툼/이별이 아닌 사랑과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앤솔로지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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