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담도관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할아버님을 떠올리며 읽었다.
여든 넷이라는 고령의 나이에 담도관판정을 받고, 금방이고 나가서 농사일을 지을거라 확신하셨던
할아버지가 6개월만에 하늘나라로 가셨던 그 당시를 그리면서 감정이입이 되었던 책이라고 할까?
작가 스스로는 자신을 불효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암환자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내가 잘 지켜봤기에 공감이 더 강하게 들었고, 암환자들의 배변부터, 운동, 자존감을 지켜주는 방법들과
투병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감성적으로 꼼꼼히 전개하고 있다.
스토리의 방향성이 한결같아서 자신의 불효를 이 책으로나마 사죄하는듯한 자서전이자,
아버지를 향한 사랑의 독백이라고도 느껴졌다. 아들들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법이 얼마나
어색 할까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아버지 곁을 지키면 저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내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에 기적을 꿈꾸는 마음은 어느 환자들의 가족과도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마져 들었다.
투병당시 저자가 직접 찍은 아버지의 사진은 여러생각을 오고가게 했다.
말투는 매우 무미건조하고, 무정하다 생각들정도로 표현에 많이 서툴렀지만, 글에는 그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얼만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서툰마음도 애정으로 느껴질만큼 매우 섬세하고 여린사람이라는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자식과 함께 살고싶어서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속에서
저자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내가 만일 아버지와의 이별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하면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 저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매우 힘든 일상을 보내게 되는 암환자들은 매일 통증과 싸움하며,
같은 병실에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우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간병호를 하면서 나도 병실의 공기를 느껴본 터라 어떠한 우울함이 감도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부모님의 여한이 없다는말처럼 가슴아픈 거짓말은 없다는 말에 큰공감이 갔다.
늘 가족들에게 헌신적이였던 아버지가 왜 늘 이렇게 가슴아픈 거짓말로 아들을 울리셔야만 했는지,
가슴 아픈 이야기는 어머니의 우울증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매우 소소하면서도
작은 감사함이 느껴질 수 있도록 잘 편집되어있다.
시한부 환자들에게 과연 어떠한 wish list를 갖고있을까?
우리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기전에 찐고구마를 그렇게 드시고 싶어하셨는데, 작가의 아버지 역시
드시고 싶었던 것이 장어였던 모양이다. 먹고싶은것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병마와 싸워야했던
할아버지가 생각나 혼났던 부분이였다.
병원비, 장례걱정에 눈시울 마를날이 없었던 어머니의 경우를 봐도, 자신의 부모라 할지라도
현실적인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면 어쩔수없는 것 같다. 환자의 짜증, 눈물, 고통도 함께 나누고,
식욕, 투정, 잔소리, 웃음까지 모두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마지막 심정까지 고스란히 잘 담아낸
작품이다. 매우 서정적이거나 따스한 어조는 아니지만, 건조한 이면에 숨겨진 따스한 정이 많이
느껴졌던 작품이라 독자 스스로에게 현재 부모님의 존재를 더욱 깊히 아로새기며, 살아계실때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작품이였다.
자신의 죽음까지도 사랑으로 전하고 가신 아버지에 대한 가슴아픈 이야기는 저자뿐아니라
이 책을 마주하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일어났을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날 일일수도 있기에
더욱 더 부모님의 대한 사랑을 표현해야 겠다는 각성을 다시금 하게 만든다.
편찮으시고 병들고나서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허무함을 건조하지만 묵직하고 무거운
어조로 말하고 있는 저자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죽음으로 이별해야하는 가족간의 힘든 이별의 과정을 가슴 아픈 여정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이시대를 살고있는 무정한 자식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전해주고 싶다. 점점 각박해져가는 이시대에
살면서 내 부모형제들에게까지 너무 무관심하게 대하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했다.
부자간에 각별했던 마지막 시간들을 고스란히 일기형식으로 담아낸 이 작품을 보면서 부모님의
내리사랑과 더불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일상을 함께 보내드려야할지 각성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였던 것 같다. 가슴따뜻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준 작가님에게 깊은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