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인연 -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정준기 지음 / 꿈꿀자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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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의과대학에서는 모든 과정을 영어책으로 공부했다.
영어에 약한 나는 한두 번 읽어서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자연히 공부 시간에 비하여 성적이 떨어졌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한 덕에 점차
익숙해질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영어는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내과 레지던트를 하면서 대학원을 다녔는데 역시 영어 시험을 보았다.
다행히 석사과정은 무사히 마쳤으나 박사 입시에서 영어 때문에 낙방했다.
이 사실이 처가에까지 알려졌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한편 의료제도 국제화되어 외국 학자들과의 교류가 날로 빈번해지고 있었다.
외국으로 연수도 가야하는데 영어 회화가 발목을 잡았다.
비슷한 처지의 교수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미국인 선생님을 병원으로
모셔 회화공부에 열을 올렸다. ...
~ 추억중 151~ 솔직한 과거를 고백한 모습에서 또 다른 인간미를 느낄수있었다.

누구도 견뎌내기 힘든 위암과 신경병을 극복고 진솔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고오신 정교수님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부 어떻게 이렇게 다 세세히 기억해내고 있을까?

감성이 풍부한 의사이기만한것이 아니라 그는 인생의 가치를 새로히 정평했고,

수많은 인연들을 모두 놓치고 살기 싫었던 모양이다. 의학자라는 직업이 주는 혜택도 많겠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치열한 자기와의 고군분투가 있었으며, 동시에 자신의 삶을 함께 만들어간

귀중한 인연들이 있었다.

아무런 장비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핵의학이라는 전혀 생소한 新학문을 공부한다는것이

쉬운 결심이 아니였을텐데, 개인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연속되는 불운 속에서도

SCI급 논문을 270여 편이나 써내고,2012년 한국 핵의학계는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의

8%를 차지하며 세계 4위권으로 뛰어올랐다. 그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으로 일궈낸 쾌거이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인내심과 끈기가 존경스러웠으며, 도전정신에 숙연해졌다.

병마와 싸워가며 이렇게 연구하기가 여간 힘든일이 아니였을거란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저자의 바램대로 그는 의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고,

이번 작품에서는 사람, 책, 추억, 생각 등 4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향우회 선배중 만취하여 낙상한 이가 머리에 구멍이 났는데, 그구멍속으로 지식이 흘러 들어가 천재가 되었다는

당시의 긴박함은 멀리 던져두고, 우스개 무용담처럼 들려주는 머리뼈에 구멍난 선배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프로스트의 시를 통해 가슴 설레는 짝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 부족한 영어 실력때문에, 수많은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느라

평생 애써 온 내력, 후각을 생물학적으로 탐구하다 느닷없이 후각을 이용하여 딸들을 일찍 시집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그의 위트는 보통 이상으로 책의 가속도를 높여준다.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영어울렁증에서는 나도 깊은 공감이 들었고, 특히, 자신의 자녀에대한 사랑이 지독하다는것을 볼 때 이분도

아버지라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위해 노력을 많이 하셨다는걸 알수있었다.

이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색적인 구성과 화려하지않으면서 수수하며, 인간냄새가 풀풀 풍기는 담백하다는 것이다.

일부러 꾸미려고 하는 노력이 전혀 들어가있지 않아서 인위적이지 않았으며, 솔직해도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정도로

자신의 치부를 밝히는것도 거침없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면서도 구수한 느낌이 강한 산문집이다보니,

삶에 있어 인연으로 이뤄진것들이 많고, 이러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보다 좋은 것으로 가꾸려고 할 때 세상은 보다

살기 좋은곳이 된다는 말이 담겨있다.

과거의 소중한 추억, 자신의 생각, 삶의 순간순간을 통렬하게 그려내는 모습에서는 정교수님의 예리함도 엿볼 수 있었고,

위트있는 이야기로 즐거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 이분의 성품이 밝고 순수하는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기회가 되면 그전에 집필하셨던 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와 소소한 일상 속 한 줄기 위안, 다른 생각 같은 길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버지, 작가, 의학자로써의 소명도 다하면서, 항상 인문학적 목마름으로 열심히 자신의 소양을 갈고 닦고 있다는 점이 매우

존경스러웠다.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에 이렇게 애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뜨거운 열정앞에서 부끄러워졌다.

매일 시간없다는 핑계로 제대로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아붓지 못했던 부끄러운 내 일상에 일침을 가해준 고마운 책이다.

나도 소중한 인연 만들기에 돌입하고 싶어졌다.사람을 귀히 여기고, 그 인연을 귀히 여긴다면 정교수님 말씀대로 정말 좋은 세상이 언젠가는 올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불신이 도사리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희망적인 메세지를 보여준 그럼 긍정적인 내용의 책이고, 기필코 그런 세상이 분명 올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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