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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10월
평점 :
뾰족한 머리를 하고 입을 한껏 벌린 자체로 욕을 한껏 내뱉고 잇는듯한 상반신의 남자는
과연 누구를 비유하여 그려진 캐릭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버부터 범상치 않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과연 어떠한 매력을 갖고 있을지
매우 기대감이 컸던것 같다. 마교수님의 새로운 신작을 어떻게 봐야할지 가슴이 쿵쾅거려
참을 수 없었다.


마광수 교수의 자유로운 표현방식이 고스란이 녹아있는 인문학 비틀기는 그야말고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왔던 유명한 사상가나 문학가들을 향한 재치있는 발언들로
약간의 충격와 웃음을 안겨주는 그런 책이였다.
찢어진것만 보면 흥분이 된다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비틀기까지, 뭔가 고통스러운
제목에 희열을 느끼는것 같은 느낌을 재미있게 받았다.
원반던지기의 인상을 다룬 서시를 시작으로 이 4개의 파트를 망치를 들고 부순다는 느낌으로
책을 봐야할 것만 같은 강박을 받으며 책을 넘겨 읽었다. ㅋㅋ 그야말로 기존에 우리가 알고있던
고정관념을 탈피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깨려고 하는 마교수님의 의중이 듬뿍 담겨있는 의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망치는 새로운 관념을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져주는
고정관념을 깨기위한 유일한 도구인것이다.
각 파트별로 동양사상가(공자,장자,주자,양주,순자), 서양사상가(에피쿠로스, 테카르트, 톨스토이,
프로이트, 로렌스), 동서양 사상가들(플라톤, 니체, 루소, 예수, 석가), 틀을 깨뜨리고 갇히기에
등장하는
(보카치오, 포송령, 사드, 위고, 손문)까지 사상가 및 문학가들을 집대성해놓은 듯한 화려한 등장에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과연 이러한 사상가들의 깊은뜻과 의중을 어떻게 깨뜨린다는거지?
철저한 정치 만능주의자였던 공자가 주장하고 있는 충효사상에 대한 부분을 붉은색으로 표기하여
공자의 수직적 복종을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을 신랄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 매우
인상깊었다. 다들 공자의 충효사상을 교훈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단박에 부셔주는
아주 고급지고 신랄할 멘트였고, 컬러풀하게 편집해서 한눈에 임팩트있게 알아보기 쉬워서 더욱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 따로 줄 칠 필요가 없어서 매우 용이했다.
‘무의식의 발견’ 하나만 업적으로 건진 프로이트를 꼬집는 부분은 다소 약했던 것 같다.
워낙에 性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마교수님의 개인적 성향에 따른 약담이 아니였다
싶기도 하다. 그냥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문학가중에 top of top인 톨스토이가 이렇게 비극적인 결혼생활을 했다는것이 속궁합이 맞지 않아서라는
말이 왠지 뭔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왜일까?
그 동안 알고 있었던 느낌의 톨스토이와 상반된 정보를 알려줬기 때문일까?
이러한 내용들은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내가 중학교때 읽었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이책에 한부분에 나온다.
어떠한 내용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마교수님의 말씀에 커다란 공감을 할 수 있었고,
기나긴 시간을 거슬러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침없이 두들겨대는 망치소리를 이 책을
통해 듣고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잠시 이 책을 보여주지 않는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 동서양 문학,사상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책으로 보고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겐
이러한 꼬집는 이야기는 나중에 수능이 끝난 후에 읽어봐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소 충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쓰이긴 했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충분한 재미와
충격을 선사해준 매우 다이나믹한 책이였다. 인문학에 문외한 사람들도 이 책을 보고나면
책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들이 다르게 보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평소에 매우 좋아했던 문학가 톨스토이에 대해 다시 고찰하게 되었고, 그가 어떠한 고뇌로
힘든 삶을 짊어지고 살았을지 생각하며 마음이 잠시 아팠다. 셀수도 없이 좋은 작품들로
내 가슴을 요동치게 했던 톨스토이라는 작가를 뒤흔들 엎어뜨린 마교수님이 얄밉지만,
그래도 새로운 해석에 따스한 박수 갈채를 보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