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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평점 :
저자의 나이가 놀라울만큼 이 책의 흐름은
시대를 넘나들며 매우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흘러간다.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려내고 있다.
춘단이 겪어야만 했던 시대적 고통과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해야 했던 당시의
괴로움이 대학이라는 새로운 배경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만나면서
또다른 이야기로 버물여진다.
석공의 딸로 태어나 여자라는 이유로
아버지가 바라던 아들이 아니였단 이유로
출생신고도 못하고 그토록 바라던 공부도 못하고 학업을
이루지 못한 양춘단의 60대 스토리이다.
남편의 수술로 인해 둘째 아들네로 올라오면서
춘단의 캠퍼스 생활을 시작된다.
학교에서 청소를 하면서 동료들에게
따돌림(냉대)를 받는 그녀는 혼자 옥상에서
밥을 먹는다. 동료들이 화해하고자 했지만
그녀는 미화원이라는 이유로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다닥다닥 붙어 밥먹는게 싫었다.
그러면서 알게된 시간 강사와의 만남, 그리고 사라져
버린 그의 이야기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춘단의 젊은 절과 현재과 왔다갔다 하면서 민감하고
힘든 사회현안들이 적절히 녹아있다.
열악한 미화원들의 근무환경을 적나라하게
그려주고 있고 예전에 공항 직원들의 행동이
떠올랐다. 미화원들은 우리에게 쾌적한 환경을
주고자 더러운 쓰레기며 오물들을 치워주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인데 그런 고마움은
뒷전이고 일단 무시하고 보는 사회 세태가
한심스러웠다.
현란한 사투리가 어렵고, 속독하기 어렵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구수하면서 정감 어린 춘단에게
반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도
빌딩 청소를 하시는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계신다.
그분들은 쉬는 시간에 화물용 엘레베이터 앞에서
쭈그려 앉아 짧은 10분이란 시간에 아픈 다리를
두들겨가며 믹스커피 한잔씩을 나누며 고단한
일상을 서로 나누고, 다독여 준다.
이책은 처음에는 가볍게 읽어보려고 했으나
소설이지만 너무 사실적인 이야기라서
읽어내려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걸 느낄수 있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사회의 무거운 현안을
짚어주는 대목에서 속이 뚫리는것 같은
청량감도 느낄 수 있었다.
공평하게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언제부터 가능했던가?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시대적 상황으로 교육기회를 상실당했던
당시 젊은이들이 현재 60대가 되어서
겪어야만했던 서러움과 한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작품이다.
지금 스펙만을 위해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젊은 청년들과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싶은
성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