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몬 9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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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점점 하락세다. 과거 70~90년대를 이끌던 미래지향적이고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던 일본 애니시장은 이제, 거품경제가 꺼지고 악화일로의 끝없는 불황터널에

들어서면서 찬란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애니 시장에까지 그 검은 손을 미쳤다.

 

더 이상 돈 안되는 마이너한 장르는 개척되지 않고, 애니메이터를 끝없이 괴롭혀 실사에 가까운

작화로 잘생긴 미남 미녀가 등장하는. 이른바 '모에' 한 애니만이 구매력 높은 오타쿠 눈에 띄려고

하는 상술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은하철도 999의 참신함도, 철완아톰의 혁신도 없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지브리마저 신작제작을 중단하게 되니, 이제 일본에 남은것은 없어보인다.

 

그 와중에 이 바라카몬은 그야말로 사막 속의 오아시스다. 이번 분기 수많은 모에 작품 속에서

당당히 일본 오리콘 차트 블루레이+DVD 판매량 6위에 오른 이 작품은, 그저 그런 소재같지만,

당췌 이해 못할 마법소녀 이야기와 한쪽눈에 안대를 찬 정신나간 여자들의 중2병 활동상이라던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조폭 자제간의 사랑 따위를 억지스럽게 그리는 등의 막장 전개 만화들 홍수 속에서, 그 속에서 일상의 소소함에 목말라하던 우리 독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해 주셨다.

 

주인공 한다 세이(세이슈)는 도쿄에 서식하는 실력있는 젊은 세예가다. 그러나, 너무 기본에 충실하고, 개성없는 글씨를 지적한 관장을 개패듯이 패버리는 사고를 치고, 결국 아버지의 명령으로 촌구석 섬으로 강제 휴양을 떠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재미없고 매미가 울어대는 시골바닥의 전원일기같은 전개가 예상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중요하다. 그 간단한 수세식 화장실도 없는 불편한 곳에서, 한다 세이는 자신만의 글씨를 쓰기 위해 자신을 다듬는 '어른의 성장일기' 를 보여준다.

 

고작 7살 짜리 꼬맹이에게서도 배울점을 찾았고, 일자무식에다 말 안통하는 구닥다리인 줄 알았던 섬 사람들은 알고보니 자신이 나고 자란 대도시 도쿄에선 절대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들려주는 은사님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서예가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예(禮)와, 그리고 서예가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기를 충실하게 답습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물론, 한다는 원래 대도시의 사람이기 때문에 섬에서의 허당스런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이 만화의 가장 꿀잼파트다.

 

물론, 앞에서 '모에' 스럽지 않다는 뉘앙스를 주긴 했으나, 이 바라카몬의 주인공 세이는 꽃미남이다. 이야기 전개 상 어쩔 수 없는 설정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으나, 그뿐이다. 어떤 동년의 아주 예쁜 여자와의 삼각 사각 연애관계도 없을 뿐더러, 기껏해야 주인공 한다의 곁에 가장 자주 머무는 여자는 앞에서 말한 7살짜리 꼬맹이 '나루' 뿐이다. 나루가 이 만화(혹은 애니)의 히로인이 되어 16살 차이나는 한다와 이어지는 것은 한국의 막장 아침드라마가 되니까 절대로 상상도 하지 말자. (아청법이 지엄하다.) 혹여 키잡물을 예상하고 이 만화를 선택한 변태스런 안여돼 십덕이 있다면 당장 내려놓길 바란다. 한다와 나루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어쩄든, 이 만화는 가급적 오래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류작이라도 좋으니 앞으로 이런 류의 만화는 늘어났으면 좋겠다. 제발 눈을 크게 뜨자. 정녕 우리가 학교에서 한쪽눈에 안대를 찬 여자와 계단에서 부딪치는 그딴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같은반의 티격태격 여자애가 알고보니 10년전에 결혼예물을 주고받은 환상의 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나 빼고 다른 놈들은 죄다 리얼충으로 단정하고 비난이라도 하고 있는가? 혹은, 이세계에서 문제아들이라도 올 수 있다고 착각하는가?

 

현실을 직시하라. 우리는 현실에 살고있다. 당장 오늘 취직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판에 무슨 환상이 이리도 많단 말인가.

 

바라카몬을 보고 우리 모두 어른들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흐뭇해하자. 참고로 애니메이션은 이 만화책의 에피소드들 중에서 몇 개를 골라내 상영했다. 한다 성우는 과거 '죠죠의 기묘한 모험' 에 나온 쿠죠 죠타로 성우인데 목소리가 좀 안어울린다는 말이 있었어도, 그래도 들을 만하다. 참, 한다 세이의 작화는 만화책 쪽이 좀 더 23살스럽다. 애니메이션은 한 26~27살로 보이긴 한다.

 

근데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도 일코하는 덕후임을 자처한다. 위에 언급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싶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니세코이,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이세계에서 문제아들이 온다는데요? 라든가. 그런 라이트노벨은 다 읽었다. 요즘은 사쿠라장의 애완그녀를 보고있다.

 

어쨌든 바라카몬은 사랑이다. 한다찡 다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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