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의 정체 창비아동문고 343
전수경 지음, 김규아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받자마자 앞뒤 표지를 보고 푸흐흐 웃었다. 다 다르게 생긴 스물다섯 명. 공과 떨어질 줄 모르는 애, 몸을 움직일 공간만 있으면 춤추는 애, 누가 울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애, 무조건 눕는 애, 조용히 혼자 앉아 있는 애, 리코더 수업이 있는 날이면 쉬는 시간 내내 악기를 부는 애... 우리 교실인가. 내가 매일 보는 풍경.


동화 단편집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작가님 정말 어느 교실에 들어갔다 나오신 게 아닐까. 아니 아이들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셨나. 미묘한 감정, 말과 행동에 대한 표현이 참으로 생생했다.


좁은 교실에 복작복작 부대껴 살아가다 보면 기쁘고 재밌는 일도 많지만, 화가 나는 상황,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았다. 

교실에 스물다섯 명이 있으면 스물다섯 개의 삶이 있는 것이지. 교실 안에서 내가 목격하는 생활 이외에 학교 밖에서 부모님, 형제, 친구,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고 그걸 헤아리는 게 어른의 몫이지.


다음 뒷이야기 이어쓰기 활동은 <허수의 정체>를 읽고 해야겠다. 아이들이 써 내려갈 이야기가 궁금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슬 도사 고미호 1 - 전설의 은하수 열차 구슬 도사 고미호 1
다영 지음, 모차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은 시리즈물을 발견하면 참 기쁘다. 품을 들이지 않고도 줄줄이 읽을 책이 따라오기 때문!
조금은 소심하지만 점점 당차게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 고미호와 그의 스승 햄도사. (어떻게 최고의 도사이자 현자가 햄스터…? 너무 귀여워…) 두 인물의 쿵짝이 무척 좋았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과학 퀴즈가 흥미로웠다. 성인인 나도 어라? 헷갈리는데? 하는 문제들이 있어 승부욕을 자극함.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 과학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그림을 보는 재미도 충만.

판타지를 좋아하는 어린이
과학에 흥미가 있는 어린이
시리즈물을 찾고 있는 어린이
캐릭터가 확실한 인물이 나오는 책을 찾는 어린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고미호의 성장이 기대된다. 다음 편도 꼭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동 인간 이시후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세상은 나빠질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어른이 되었을 때 내가 살아가야할 사회의 모습 떠올리면 막막하고 두려웠던 것 같다. 기술의 발전, 생명의 연장, 세계화 시대… 이런 것들은 세상을 좋아지게도 만들었지면 결국 나빠지게도 만들었다. 이 책에서처럼 극심한 빈부격차나 차별 문제를 만들어 내면서 말이다. 과거의 나였다면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며 좌절과 무기력에 빠졌겠지만 지금의 나는 좀 다르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책을 읽었고, 그러면서 지구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거북이 한 마리는 구한다는 마음으로 빨대 한 개를 덜 쓰는, 작은 희망이 있는 자세로 살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전의 나보다 넉넉하고 행복하다. 세상이 나빠질 거라고 믿는 과거의 나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다. 그래, 세상은 나빠질지도 몰라. 하지만 ‘꼭 기억해다오. 사랑이 가장 강하다는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의 세계에 푹 빠져버린 요즘 같은 시대에 책을 통해 연결되는 두 아이 이야기가 참 좋았다. 그래서 호와 새롬이가 <클로디아의 비밀>로 소통한 것처럼 이 책으로 초등학교 6학년 우리 반 아이들과 소통해보기로 했다. 일명 교환독서.

내가 먼저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과 질문을 투명 포스트잇에 낙서해 붙였다. 예를 들면 호의 가로 세로 선을 한 마크 아래 ‘선생님이라면 좋아하는 과일인 복숭아 모양을 그릴래. 너는?’, 좋아하는 책 빙고에는 ‘선생님은 8권을 읽었는데 빙고가 하나도 안돼!‘ 이런 말.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 반 책 소개 코너에 포스트잇 잔뜩과 함께 올려두었다. 책은 아이들 손으로 넘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새롬이의 답장을 기다리는 호처럼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

다음주에는 4X4의 세계에 등장하는 책들을 잔뜩 빌려와 책장에 꽂아두려고 한다. 아이들이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여름 지치고 힘들 때마다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찾았다. 그렇게 내리읽은 책이 다섯 권. 내가 왜 이 사람의 글에서 위로를 얻고 희망을 보는지, <이만큼 가까이>에 실린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소감에서 그 이유를 알았다.

 

"공그르기를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공그르기는 아주 간단하고 자주 쓰이는 바느질법입니다경계면을 기준으로 이쪽 한번 저쪽 한번 나아갑니다. 주로 실이 보이지 않도록 접합면을 말끔하게 이어붙일 때 쓰는데, 반복하다 보면 웬만한 무게는 이겨낼 만큼 단단해집니다농담과 비명을, 견고하지만 추악한 것과 한시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모두의 상처와 한 사람의 회복을, 도발과 포옹을, 찬란한 단어들과 그 그림자들을, 차가운 세계와 차갑지 않은 우정을, 티 없이 순정한 것과 건강하게 잡스러운 것을온갖 것들을 이어보고 싶습니다. 이어진 솔기가 잔디처럼 부드러운 곳을 걷고 싶습니다. 그렇게 번져나가고 확산하는 지점에 서 있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 없는 나를 솔기로 데려다준다. 그 솔기 너머엔 무력감 대신 희망과 활기라는 게 있고.

 

이제 읽지 않은 작가님의 책이 얼마 없어 아쉬워하던 와중에 <옥상에서 만나요> 출간 소식과 함께 사전서평단 모집 소식을 들었다. 바로 신청하긴 했는데 진짜 될 줄 몰랐네. 이 누추한 블로그를... 혹시.. 선착순인가요? (그렇담 덜 부담스러울 것 같음) 아무튼 영광입니다.

 

째고만 서평단용 책이 정말 귀엽다. 누구나 알아볼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님의 그림. 녹색 방수 페인트 덕에 아 옥상! 싶은 거 웃음이나.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에 실릴 여러 단편 중 내가 받아본 이야기는 <이혼 세일>. 두 번 읽었다. 처음 읽을 땐 그냥 가벼운 우정 이야기라 생각했고 작가님의 여느 작품에서처럼 가는 마음을 멈출 길 없는 인물들을 만났다. 두 번째로 펼쳐 들었을 땐 누름돌 밑에 누인 장아찌가 된 기분이었달까. 쉽게 넘기던 문장들이 묵직하게 읽히기 시작했다. 결혼이나 육아 이야기, "40대가... 50대가 보이질 않아. 선배들 다 어디로 사라졌지?"하던 민희, 스쳐 보내기엔 너무나 많은 이의 삶이 엮여있는 ", 여자는 어디서나 위험해. 어떻게 살아도 항상 위험해."란 말, 그리고 이혼의 진짜 사유.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재의 맺지 않은 말 뒤에는 무엇이 남겨져 있었을까. 나는 여성의 삶을 생각했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마음이 저려왔고 다리도 저려오기 시작했기에' 집으로 올라간 여섯 친구나 돼지 무늬 수면바지에 대고 고사를 지내는 일이 결국 나를 농담으로, 회복으로, 포옹으로, 차갑지 않은 우정으로 데려다주었다. 이혼 후 '이혼 세일'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이재처럼 -그리고 또 정세랑 작가님 작품 속 인물들처럼- 나도 나란히, 경쾌하게 가야지. ("경쾌하게 가란 말이야."라는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빌려온 말입니다)

 

정세랑 작가님 책이 한 조각의 케잌이었다면 아무도 몰래 혼자 먹어치웠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거 읽는 사람 많다고 닳는 것도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고 먹여주고 싶은 맛이다. 우리 같이 읽어요.

덧붙여 내게 정세랑 작가님을 나눠주고 먹여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