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풍수 - 도시, 집, 사람을 위한 명당이야기
최창조 지음 / 판미동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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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울 강남의 좋은 아파트에 사는 친척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분이 중소기업 사장이고 집값도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라 뭔가 대단할 것이라는 기대에 무척 설레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의 모든 기대는 무너져버렸다. 아무 것도 없는 집. 그 자체였다. 화분 하나도, 책 한권도, 그림 한 점도, 집주인의 의지가 담긴 그 무엇도 없이 벽과 가구로만 이루어진 집. 어느 한 곳에도 눈길이 머물 데가 없었다.

그 집을 나오며 나는 약간의 분노마저 느꼈다. 왜 그 비싼 아파트를 빈 껍데기로 두는가... 주인의 생각이 담겨지지 않은 집이란 얼마나 황폐한 곳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가 생각났다. 저자는 계속 풍수는 그저 바탕일 뿐이고, 그것을 명당으로 만드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풍수에서 땅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연극의 성패는 배우와 연출자, 즉 사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무대인 땅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 274

“풍수적이란 것은 자연적이란 것이 아니라 인간적이란 것이고, 인간적이란 공생관계를 전재해야 현실성이 생긴다” -p. 61


풍수의 전문가가 풍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의 주장은 옳은 견해라고 본다. 인간이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산과 강을 지웠다 세웠다 하는 시대에 흥망과 성패를 풍수에 기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않은가.


"정통파가 보기에 음택풍수는 미신일 뿐이다. 특히 발복을 기대하는 음택풍수는 윤리적으로 낙제다. 돌아가신 부모에 기대에 뭔가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 72


저자가 오랜 세월 풍수를 공부하고 나서 얻은 결론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편안한 느낌이 있는 곳이 좋은 곳이다. 마음이 안정되는 곳이 좋은 곳이다. 이론적으로 나쁜 곳이라도 가꾸면 좋은 곳이 된다... 그래서 풍수는 지혜의 차원이지 이론이나 과학으로 성립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제목과는 달리 도시 풍수에 대해 세세한 지침(?)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침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아쉬운 것은 ‘그래도’ 독자에게 좀 더 깊이 얘기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풍수를 이해해보고자 이 두꺼운 책을 집어든 이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한 풍수와 별 관련이 없고 특별한 의미나 결론도 없는 신변잡기식의 짧은 이야기들을 많이 삽입한 것도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한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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