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읽혀지고 평생의 기억에 남는다더니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도 그렇다.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 우연히 읽은 박완서 작가님의 전집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우선 도둑맞은 가난은 너무 유명해서 아마 전국민이 다 알 거라고 생각이 드는 박완서의 대표작이다. 가난해서 냉방에서 일하다 주거비를 아끼려고 괜찮아보이는 남자를 같이 살자고 했는데 아마 여기에는 그 남자에 대한 어느 정도 이성적인 호감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곤궁해도 여자 입장에서 육체적 힘이 센 성인남자를 비록 사실상 남남으로 잔다고 하더라도 같은 방에서 자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무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 소설에 나온 시대적 배경은 예전이라고 생각하면 더욱이나 그렇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돌아온 건 가난을 재미로 체험해 본 남자의 거지에게나 주어질 법한 동정과 하찮은 사람 취급뿐이다. 주인공의 심정은 인생이 누군가에게 체험코스 정도로 취급된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비참했을까.또 다른 단편에서는 아직도 가부장적 인식이 남아있던 시절 아들 집이 마땅찮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모시겠다는 딸들에게 욕하는 할머니가 나온다. 요즘 같으면 딸이고 아들이고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겠지만 아직은 노인부양은 개인효도에 의존한 복지 없던 시절 이야기일게다.시절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 할머니의 태도 그러나 그 바탕에 숨겨진 그의 심리는 코믹하면서도 찡하고 어딘가 마음을 아리게 하는 것이 참 몇 번 읽어도 묘하다.
소재를 잘 살려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