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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웜프 씽 - 물의 기억과 습지생태 이야기
안창우 지음 / 지오북 / 2025년 11월
평점 :

『 나의 스웜프 씽』을 이러한 습지를 소개하는 자연 생태서가 아닐까,, 생각었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부분으로 느끼게 해주며 삶의 지혜를 자연의 방식으로 들려주는 사색의 책이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일반적인 자연생태의 모습을 그려보고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도서는 아니였다. 적어도 습지라는 곳의 풍경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체된 물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이 서로 기대고 도와가며 순환하며 살아간다. 습지는 생태학적으로 매우매우 중요한 시작이자 생명의 뿌리라고 알고 있는데, 그 복잡하고 섬세한 생태계의 구조를 인간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보여주면서, 나를 비롯하여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느림’, ‘회복’, ‘순환’의 가치를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였다.

습지라는 곳은 생태학적으로 본다면 물이 너무 많아서 넘쳐나지도 혹은 물이 너무 모자라져서 마르지도 않은 모습을 한결 같이 유지해야 하는 환경이다.
바로 그 넘침과 축축함이 수많은 생명을 품는 힘이 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문득 생각했다.
축축함...
나는 늘 일반적이지 않은 내 삶이 너무 버겁다고만 느낄때가 많았었다.
어느덧 인생의 반을 지나며 육아와 가사·일·집안 문제까지 한순간도 조용하지 않은 바쁜 일상을 살아오다 보니 늘 마음 한쪽이 쩍쩍 말라 있는 기분이였다.
이러다보니 되려 감정없이 지내려 노력하는게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축축한 습지를 생각하니, 어쩌면 이 복잡하고 버겨운 감정들이 나를 더 밀도감 높게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하는 양면에 대해 고민해 보게되었다.

책에서는 습지가 지닌 몇 가지 중요한 역할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올 때는 물을 머금어 홍수를 막아주는 완충지대가 되고, 오염물질을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지구의 신장같은 역할을 하며,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생명의 장이기도 하다.
나는 습지의 이러한 생태학적 기능들을 읽고 상상하며 자연스레 ‘사람의 마음’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차근차근 머금으며 쌓이는 시간들...
바로 습지의 흡수·정화·순환 기능처럼 우리의 삶에도 머금는 시간을 갖음으로써 언제가는 스스로시간에 자연스럽게 영양분이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삶의 리듬이 갈수록 빠르고, 잠시 멈추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너무 애쓰지 않아도 지금 이 습한 일상들이 나를 살리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일이 몰리고, 가정사를 비롯해 집안일이 계속 쌓이고, 내 몸은 녹초가 되어 있는데도 멈출 수 없는 순간들. 나는 그 넘침이 결국은 언제가 나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늘 걱정하며 지냈었지만, 책은 오히려 그 순간이 나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특히, 습지는 넘침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기 이유는 넘침 속에서 더 풍요로워지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문장에서 그대로 와 닿는 감정은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책을 덮고 나니, 습지가 어떻게 생명을 품는지 알게 된 것 보다 내 마음이 습지처럼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큰 위로로 느껴졌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촉촉한듯 축축한 감성으로 삶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