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캐시 슬랙 지음, 박민정 옮김 / 로즈윙클프레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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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이 책의 제목과 표지디자인을 보자마자 "이건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단순히 표지와 책 제목만을 믿고서 마음이 끌리는 느낌을 받은 건 아니다.

나도 한 때 텃밭을 가꾸며 느꼈던 행복함과 함께 지금은 편안한 기억으로 자리한 소중한 추억이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부분들이 공감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물에게도 자연이 필요하지만 정작 제일 자연친화적이여야하는 인간들은 너무 척박한 생활환경에서 메마르게 삶을 이어나가고 있기에 작은 텃밭이라도 주어진다면 그 안에서 행복한 소꿉놀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나에게는 두 평 남짓한 흙밭에서 지낼 기회가 주어졌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함께하며 그 작은 공간에서 아주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기에 지난 날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든다.



AI와 함께 동행하는 이 시대는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하루가 모자르다. 이러한 환경에서 뒹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조금만 잠시 멈춰도 괜찮고. 흙은 언제나 너를 기다려준다고..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단순한 원예관련 에세이가 아니다.

이 책은 땅에 씨앗을 심기까지의 과정과, 그 씨앗에서 싹이 트고, 바라봄이 즐거운 꽃을 피워내며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의 속도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멈춤을 선물해주는 철학서에 가까운 것 같다. 저자는 흙과 함께 지내며 흙을 만지는 과정 속에서 ‘성장’과 ‘기다림’, 그리고 ‘포기할 줄 아는 진정한 용기’를 배워가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노력하면 결과가 따라온다’고 믿지만, 이 책의 메세지는 다른 진리를 알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바로 모든 것은 때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 때가 되면 자란다는 것. 그리고 성장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잠시 육아맘이자 워킹맘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나답게 사는게 뭘까’ '어떻게 나로써 살아가야 하는건지' 복잡함에 매일매일 무너지는 나에게 이 책에서 말해주는 기다림, 단순한 진리는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한 줄기 햇빛, 한 방울의 물, 여운이 남는 바람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물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돌봄과 관심이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텃밭은 내가 일궈낸 결과를 기대하며 바라보기 보다는 결실을 보기위한 과정을 사랑하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인간은 더욱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조급함 대신 기다림을 배우고,

사계절이 작은 텃밭에 미치는 마술같은 변화의 관찰을 배우며, 완벽 대신 순리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된다.

텃밭이라는 작은 공간이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작은 공간에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그 장소에는 우리가 몸에 담아야 할 진짜 삶의 리듬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흙을 고르고, 풀을 뽑고, 심고, 열매와 꽃을 다듬으며 손끝에 스며드는 생명력과 햇살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라고 생각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더 빨리빨리 , 더 많이를 요구하지만, 흙은 오히려 묻는다.

"나는 재촉하지 않아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메세지를 이 책은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이 말에 대한 기분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면 답은 단순하다.

작은 텃밭 하나라도 좋으니, 스스로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텃밭을 일구는 일은 흙을 만지며 식물들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가꾸는 일" 그 과정이란걸 깨닫게 된다.

잠시 멈춰 느리게 자라는 식물의 속도를 배운다는 것은, 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게 되는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리고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텃밭을 가꾸면서 직접 수확한재료로 요리하는 글귀들이었다.

저자는 마치 동화이야기를 들려주듯, 독자가 과정을 그려낼 수 있도록 이야기 해준다.

속삭이듯 말하고, 아름답게 표현해주었다.

그 문장들을 읽다 보면 갓 구운 허브 오일의 향기까지 상상이 될 정도였다.

요리법이 계량과 설명으로 딱딱하게 적혀있는게 아니라 ‘이야기’로 전해지니,

전체가 상상되면서 왠지 나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텃밭에서의 모든 생활은 ‘나의 내면에 대한 텃밭’을 돌보는 일과도 같은 시간이기에 그 과정이 곧 나의 마음을 가꾸는 일이고, 그러하기에 삶을 천천히 음미해야 함도 알려주는 것 같다.

텃밭은 우리에게 스스로 깨닫도록 알려준다.

삶은 가장 단순함으로 부터 행복이 시작되고, 그 단순함은 내가 나를 정성껏 가꾸고 돌보는 일임을...

그 단순한 진리를 잊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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