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우물
다나카 요시키 외 지음, 한성례 옮김 / 북스코리아(북리그)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일본 최고 작가들의 9편의 작품이 실린 이 소설집에서 특히 미치오 슈스케의 여름의 빛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시적인 표현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이라면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중심일 거라는 고정관념을 단박에 무너뜨린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떠돌이 개 완다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동네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개였다. 그 개를 죽인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을 초등학생 리이치의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이 따라간다. 히로키는 ISO50필름에 찍힌 어떤 사진을 증거로 들이밀며 기요타카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리이치는 기요타카가 완다를 죽였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요타카가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방관자처럼 지켜볼 뿐이다. 리이치는 그런 자신이 수치스럽다고 느낀다. ‘기요타카는 나보다 훨씬 강했다라고 리이치가 독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아이가 느꼈을 미안함과 나약함, 수치심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이 소설은 기요타카가 죄를 뒤집어쓰면서까지 숨기려 했던 비밀이 무엇인지도 궁금하지만 그 과정을 이어가는 뛰어난 문장력에 감탄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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