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중생 1 - 상극 경찰청 실종자 수사과 시리즈
도바 순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굿피플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주인공 타카시로 켄고(高城賢吾) 형사는 45세이고, 배속을 받은 곳은 도쿄 시내의 시부야추오 서에 속한 경찰청 실종자 수사과 3방면 분실이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연간 실종자는 10만 명이 넘지만, 경찰은 대부분 형식적인 사무 처리밖에 하지 않는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 실종자 수사과가 설치되지만, 이 부서는 갈 곳 없는 형사들이 모인 낙오자 집합소 같은 곳이다.

타카시로 형사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가슴에 묻고 힘겹게 살아간다. 삶의 무게에 눌려 늘 고뇌하지만, 인간미를 발산하는 매력적인 형사이다. 타카시로 형사의 문제는 술이다. 또한 지독한 흡연과 커피도 그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양식이다. 그가 술에 빠지게 된 원인은 딸이 실종된 후 그로 인해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서 살아가는 가장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의 육감과 직감은 누구보다도 예리해서 사건만 접하면 귀신처럼 냄새를 맡아 낸다.

같은 날 발령을 받아 콤비를 이루는 27세의 여 형사 묘진 메구미(明神愛美)는 누구보다도 출세욕이 강하지만, 인사에서 밀려 이 부서에 배속된다. 그녀는 이런 부서에 자신이 근무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많다. 차츰 달라지지만…….

그들이 속한 분실의 실장 아비루 마유미(阿比留真弓)48세의 여 형사이다. 빨리 실적을 올려 주류에 합류하고 싶어 안달인 출세 지향주의자여서 조직 내의 정치에만 열중한다. 이를 위해 한때 명형사로서 이름을 날린 타카시로를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끌어왔고, 어느 정도는 타카시로를 믿고 의지한다.

그 밖의 분실 멤버로는 심장병을 가졌지만 경륜을 바탕으로 부서에 힘이 되어 주는 56세의 선배 형사 노리즈키 다이치(法月大智), 원래 프로야구 선수였지만 어깨를 다쳐 은퇴하고 경찰관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후 세 아이와 넷째를 임신한 아내를 돌보느라 늦게 출근하고 일찍 귀가하는 35세의 다이고 루이(醍醐塁), 겁이 많아 제대로 일은 못하지만 사격 솜씨만은 뛰어나서 종종 실력을 발휘하는 29세의 모리타 준이치(森田純一), 멋쟁이인데다 부잣집 딸이어서 힘든 일을 요리조리 피하지만 가끔은 부서에 힘이 되기도 하는 33세의 로쿠조 마이(六条舞), 서무 담당으로서 분실의 살림을 두루 챙기는 만물박사 코스기 키미코(小杉公子) 등이 있다.

1식죄(蝕罪)에서는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사라지고, 2상극(相剋)에서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사라지며, 3해후(邂逅)에서는 대학 합병을 앞둔 재단 이사장이 사라진다. 4표박(漂迫)에서는 원고 마감을 앞둔 베스트셀러 작가가 사라지고, 5열괴(裂壞)에서는 출근해야 할 실종자 수사과 실장이 사라지며, 이어서 출간될 제6파문(波紋)에서는 교통사고와 관련된 남자가 현장에서 사라진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실종이란 것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며, 그 상처는 아물지도 회복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찌 보면 실종이란 확고한 상실죽음보다도 더욱 잔혹한 공중에 매달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수사를 지휘하는 주인공 타카시로야말로 형사이기 이전에 이 잔혹함앞에서 누구보다도 분개하고 마음 아파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뼛속까지 형사인 그는 마치 빙의라도 된 것처럼 실종자 본인이 되기도 하고, 실종자의 가족이 되기도 하여 행방불명자의 흔적을 추적한다. 이 같은 형사들의 활동이 각권마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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