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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요새 며칠동안 회사 점심시간에 푹 빠져 읽은 책이 있다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제목은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
가나출판사 책이고, 저자는 미국의 전직 코미디언인 '리사 고이치'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신장이 안 좋아서 입원했다가
고통스러운 신장투석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를 안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장투석을 멈추면 그녀가 살 수 있는 시간은 14일 정도.
엄마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 마지막 14일 동안의 일을
자세히 적어 놓은 책이다
어려서부터 가끔씩 생각해보긴 한다
우리 엄마아빠의 죽음
하지만 실제로 막 와닿지는 않는다
공기가 없다면,
우주에 가게 된다면,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런 느낌이다
리사 고이치도 7일차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엄마가 며칠까지 죽으면 예전에 끊어 놓은 공연을 보러갈 수 있겠군.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아니, 엄마의 죽음을 놓고 이런 생각을 하는 딸이 어딨어
하면서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를 하루 종일 간병하며
일주일 넘게 씻지도 않으며
엄마의 기저귀를 갈고, 배변을 받아내고, 머리를 감기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엄마가 가시는 길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어하시는 것을 돕고
각종 서류들을 정리하는 일도
비록 사랑하는 엄마의 마지막 가는 14일 동안의 주어진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몸까지 지치기도 한다
그래서 '모리와 함께한 수요일'의 작가이자 리사의 친구인 '미치 앨봄'이
가사도우미를 불러주기도 한다
엄마는 음식을 거부하며 일주일쯤을 보내다가
7일차 되는 날에는 옥수수죽을 먹고 싶어한다
마침 있던 인스턴트 옥수수죽을 데워서 엄마와 아빠에게 갖다주는데
아빠가 이건 너무 맛이 없다며,
엄마가 만들어준 옥수수죽이 훨씬 맛있다고 타박한다
그때 리사는 엄마의 죽음을 크게 느낀다
그러고 나서 문득 깨달았다. 이제 나는 다시는 엄마가 만든 폴렌타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 가족은 엄마가 만든 폴렌타도, 팔라친카도, 스트루들도, 달걀 토스트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생각에 배속이 퍽 하고 뭔가에 맞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울음을 삼켰다. 엄마는 두 번 다시 나를 위해 요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한다. 세상에, 이제 더 이상 엄마가 여기에 없구나 하는 현실이 와 닿자 불현듯 고아가 되어 길을 잃은 기분에 빠졌다. 지난 한 주 동안 함께 지내며 웃고 음식을 먹고 기념하면서 우리는 그 사실을 감추고 있었다. 이 떠들썩하고 유쾌한 시간의 결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 결말이 무엇인지 진정으로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지금까지도. 맙소사! 엄마가 죽는구나. 엄마 없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_ 164쪽
엄마의 죽음은 지금 나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은
엄마가 죽음을 향해가는 실제 생활 14일을 자세히 적어 놓음으로써
그것이 현실일 때 어떤 모습일지 간접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엄마의 죽음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죽을 때 나는 무엇을 아쉬워하게 될 것인가
언젠가는 나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실 엄마가 죽기 전에
내가 그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또 이 책에는 실제로 '죽어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옴으로써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행복할 수 있으려면
주변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죽어야겠다 싶다
밀리는 남편, 세명의 자식, 그리고 증손주, 많은 이웃과 친구들을 14일 동안 만났고
그들의 사랑을 느끼며 외롭지 않게 떠날 수 있었다
유머감각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따스하게 챙기고,
나의 것을 나눠주고 걱정하고 위로하고 사랑을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밀리를 사랑받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기자신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내가 뭘 더 먹고 싶어'
'죽기 전에 뭘 해보고 싶어' 보다는
주변 사람을 챙겼다
작별인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기억될 수 있도록
손님의 손을 잡고 영상편지를 남겼고,
한 사람 한사람 떠올리며 자신의 옷, 악세사리, 각종 집기를 나누어주었다
심지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관속에서) 입을 옷으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흰색 추리닝을 입으려고도 했다
나는 가방을 열고 흰색 추리닝 상의를 꺼냈다. 그리고 “짜잔!” 소리와 함께 오빠와 올케 앞에 추리닝을 펼쳐 보였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가 당혹스런 목소리로 추리닝 앞에 써진 글자를 읽었다.
“그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장례식에! 재밌지 않니”
나는 “하하!” 하고 커다랗게 웃었다. 그야말로 딱이었다. 엄마의 성격과 찾아온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완전히 어머니다워요. 그리고 따뜻하기도 하겠어요.”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재미있지는 않고? 난 재미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봐라. 여기 내 인생 최고의 두 남자인 남편과 아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글자 옆에 있는 ‘U’와 ‘M’ 로고 아래에 오하이오 주 로고도 있단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끝내줘요!”
내가 보기엔 정말 엄마다운 발상이라 더는 얘기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모두가 추리닝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_ 124쪽
그녀는 재미있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비록 전업주부로 사회에서의 성취나 부하직원은 없었지만
가족에게 헌신하기를 바랐고, 헌신했고,
딸에게 최고의 엄마가 되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으며
딸이 감겨주고 다듬어준 머리와, 딸이 발라준 메니큐어
딸이 골라준 장례식 복장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녀는 CEO나 유명인사, 팬이 많은 사람이 아닌
'이름 없는' 한 아줌마였지만
그녀는 후회없이 행복하게 삶을 마칠 수 있었다
결혼도 출산도 하기 전의 학생의 나는
내가 나이를 먹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죽는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회사원이 되고
집도 사고 차도 사는 일이 현실적인 고민이 된 아줌마인 나는
나도 언젠간 죽어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걸 알고 있다
결말을 신경쓰지 않고 찍다가
어버버버하고 결론 짓는게 무척 나답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맘에 드는 삶을 찍다가 가고 싶으면
결말을 생각하면서, 멀리 내다보고 아름답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