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호주 어학연수 시절, 친구가 보고싶다고 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극장가서 본 기억이 난다.
자막도 없어서 귀를 쫑끗 세우고 영화를 봐야했다.
하지만.. 어학연수 4개월차에 영어가 얼마나 들리겠는가.. 거의 장면만 보고 나온 기억 밖에 없다..;;
불량학생들이 마음 잡고 모범적으로 변해가는 내용인줄은 알았지만, 이 토록 가슴아프고 감동적인 스토리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난 알게됐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가 10주년을 맞아 재 출판되었다는 글을 읽고,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도중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를 다운 받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니 더욱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고, 극장에서는 못느꼈던 감정을 지금 새롭게 느끼게 되어 그들 생각에 무척 짠~ 했다.
내 잘못도 아닌데 도망쳐야 하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나는 멕시코인이고, 멕시코인들은 멍청한 인종 전쟁의 당사자라서 아무도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쁜 애가 아니지만 가끔 친구들 때문에 억울하게 욕먹을 때가 있다. 하루 종일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다음 수업을 무슨 정신으로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똑바로 볼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싸움 이후로 롱비치 거리가 한층 살벌해 질 거라는 점이다. P - 40
친구는 지난밤에 죽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우리와 함께 신나게 놀며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었다. 그는 내가 잃은 최초의 친구도 아니었고, 최후의 친구도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선전포고도 없는 세상은 결코 알지 못했다. 이는 서로 다른 피부색 사이에 벌어지는 인종 전쟁이다. 이 전쟁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P - 48
이 학생들의 이야기가 실제 경험한 일들이라는 것이 나는 믿기지가 않는다.
살고있는 나라만 다르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똑같은 인간인데 말이다.
이들이 십대 일 때 나도 같은 십대 였다. 나는 부모님의 사랑도 받고, 좋은 친구들과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였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이 너무나 많았다. 불우해서 거리에서 노숙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마약중독에 알콜중독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 밑에서 힘겹게 사는 아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더 힘겨운건 이들만에 전쟁이었다.
인종차별로 인한 전쟁이 엄청난 피해가 오고간다는 것을 영화에서는 봤지만 이러한 전쟁을 실제로 경험한 아이들을 본 적은 없다.
나는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를 통해 인종차별의 고통이 얼마나 이들을 힘겹게 했는지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열 여섯 살 까지 살 수 있을지도 장담 못한다'는 이들의 말이 무척 가슴아프게 들렸다.
언제 어디서 총을 맞을 지 알 수 없었고, 언제 어디서 구타를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을 가슴 조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에게 삶이란 지옥이었다.
내가 호주에 있을 당시, 호주 10대 아이들이 아시아인들만 보면 날계란을 던지고 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기 전 까지는 한번도 맞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어느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옆에 동양 남학생에게 날 계란을 던지며 뭐라고 욕을 하며 차로 쌩하고 지나간 호주 청소년들을 봤다.나는 말로만 들었지 직접 그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다행히 그 계란은 남학생 몸에 닿기 전에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 학생의 마음은 이미 날계란 수십 개는 맞았을 것이다. 총을 들고있지 않았을 뿐이지 결국 이들도 인종차별주의자로 날계란으로 우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한 때 철 없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인종차별은 살인과 같은 무서운 범죄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눈동자 색갈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다고해도 우리는 같은 인간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일하고, 공부하고, 사랑을 하는 똑같은 사람.
오늘 그루웰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나는 껍질이 아무리 달라도 땅콩은 땅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맛있는 것도 있고 더 신선한 것도 있지만 결국 다 같은 땅콩일 뿐이다. 땅콩은 껍질이 아니라 알맹이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그루웰 선생님의 비유는 정말 옳은 말이다. 적어도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임을 아는 이상,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결국 우린 다 같은 인간이니까! P - 87
바로 내 눈앞에서 땅콩들은 인간으로 변해갔다. 긴 것, 짧은 것, 통통한 것, 홀쭉한 것, 독특한 것 등 저마다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땅콩이다.
다시 말해 갈색, 검은색, 흰색, 노란색, 중간색 등 피부색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인간이다. 그런데 땅콩은 모양이 아니라 속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 사람들은 왜 피부색이 다르다고 서로 죽이는 걸까? P - 89
1960년대에 일어난 '로자 파크스' 사건을 계기로 인권운동에 나선 백인들과 흑인들이 한데 어울려 버스를 타고 남부의 인종차별에 맞서는 운동을 펼쳤다. 그 때 이들을 '자유의 여행자들 (Freedom Riders)이라고 불렸다.
그 사건의 이름을 따서 이들도 '자유의 작가들 (Freedom Writers)'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프리덤 라이터스'에게 가장 자극이되고 동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계기가 '안네의 일기'를 읽고난 후 였다.
이들의 전쟁과 유태인 대학살이 일어났을 때 다락방에서 숨어지냈던 안네의 상황과 다를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도 인종차별 전쟁, 갱단의 전쟁으로 죽지 않기 위해 숨기도 하고, 도망도 치며 매일매일을 힘겹게 살아갔다.
그랬던 이들에게 '에린 그루웰'이란 여선생님이 영어 담당 교사로 아이들반에 들어오게 되고,
그루웰 선생님은 이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 그리고 용기를 북돋아 주며 그들의 미래를 펼칠 수 있게 힘이 되어준다.
같은 반 아이들끼리도 같은 인종이 아니면 대화도 하지 않고, 싸움만 하던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일기로 써가면서 부터 그동안 몰랐던 친구들의 아픔, 고통을 같이 느끼며 이겨 낼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게 된다. 친구를 잃어버린 아픔, 아버지의 구타, 성폭행, 노숙자 생활 등 항상 공포에 떨며 살았던 이들에게 드디어 희망이 생겼고, '프리덤 라이터스'라는 새로운 따뜻한 가족이 생겼다.
전쟁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피해를 주었다. 전쟁은 우리의 영혼을 죽였고, 우리의 목숨마저 앗아가려고 했다. 그것이 바로 편견과 전쟁이 불러온 결과였다. 편견은 적을 만든다. 마스 씨는 말했다.
"나는 겨우 열 살이었는데 어떻게 적이 될 수 있었을까요?" P - 94
'프리덤 라이터스'는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미래를 변화시켰다.
이제 그들에게는 '인종차별, 폭력, 마약'이란 단어는 없다. 그들에게는 '희망, 미래, 용기'란 단어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후 대학교에도 입학하게 되었다. 몇몇 학생은 프린스톤, UCLA, 하버드 등 좋은 대학에 입학을 했고,
또 이들 중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 사람도 있다. 좌절속에서 희망을 얻어 성공한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였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눈물을 주었지만 마지막에는 미소를 준 '프리덤 라이터스'에게 참 감사하다.
이 책을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방황하는 아이들보다 그들을 잡아주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바쁜 어른들이 가장 나쁘지 않을까?
아직도 전쟁을 치르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어른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갱단과 다를바 없다.
부디 어른들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 보시길 !!
이 책을 지금에라도 읽게되어 참으로 기쁘다. 예전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ㅎ
오랜만에 참 따뜻함을 느낀 책이었다.
책과 영화를 동시에 같이 본다면 그 감동은 두 배가 될 것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꼭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