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 일하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박진숙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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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연령대는 청소년이다. 법적 연령 기준으로 성인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알 것 같다가도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하기도 한다. 수업을 하고,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매 순간 교육이란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규교육에서 벗어나 비진학 미취업인 청(소)년들이 서울시 성산동에 위치한 작은 도시락 배달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에서 일하는 과정을 담아낸 에세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일터로서 거듭나기 위해 공동체가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희망과 위안보다는 막막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글의 진솔함이 와닿았고, 나만 막막해하면서 고민하고 살지는 않구나, 건강한 공동체로서 서로를 위하는 것, 함께 잘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와닿은 건 청소년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다. 늘 경쟁만 강요하는 현재의 체제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수업, 자율성이 없는 수업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줬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문제점은 신나게 지적하면서 정작 자유가 주어졌을 때 '수동적'인 아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유와 방임은 다르다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자유고, 어디까지가 방임인걸까. 얼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받아들일까? 이걸 어떻게 교육할 수 있을까.
(167쪽) 가장 어려운 점은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지시받은 대로만 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깨는 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 주기가 쉽지 않다.
각자의 생사가 달린 일터에서 수동적인 태도를 고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교육한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기에도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그야말로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어지간한 애정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1대 다수로 만나는 아이들의 수동성을 고치려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옛날에는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무서웠지만 이제는 수동적인 학생들이 가장 두렵다. 내가 뭘 해줘야 하는지 각자에게 맞추기가 너무 어렵고, 벅차다.
책을 읽으며 고민만 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소풍가는 고양이를 보며 자극을 받았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할지 고민해볼까. 여기도 계속 시도하고, 실패했지만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으니까. 나도 멈추지 않고 달리면 언젠가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세상에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산다는 이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그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한다.

이 리뷰는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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