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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내가 되고 싶어요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1
나태주 지음, 하상만 엮음 / 쉬는시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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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요"
생각, 행동 그리고 감정까지도 모두 다 그냥이라는 말로 결국 모른다는 말로 덮어버리는 아이들. 아 어쩌면 나도.

들여다보지 않기에 알 길이 없는 걸 수도 있고,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혀끝에 맴돌던 간지러움을 결국 삼켜버린 걸 수도 있다. 그래서 시를 찾게 된다.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시간은 시가 주는 선물이다.

내가 쓴 시가 아니기에 모든 구절에 멈출 수는 없지만 단 한 구절에 붙들려 하루 온종일 어지러움을 느꼈을 때 환희와 절망을 느낀다. 그 운명같은 구절을 만나게 된 우연이 감격스야워서, 단 한 구절에 매여버리는 내가 너무도 가볍게 느껴져서.

이번 쉬는 시간 출판사에서 나온 나태주 시인의 청소년들을 위한 시선집 <나는, 그냥 내가 되고 싶어요>는 조금은 지긋한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포근한 눈빛이자 손길이다.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온기다.

말도 생각도 여물지 못한 건 나역시 마찬가지지만 온전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는 아이들에게 삶이 얼마나 막막할까. 아이들의 연약함을 떠올리는 것이 모든 어른들의 숙제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쉬는시간 #나는그냥내가되고싶어요 #나태주시집 #시집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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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데어라 혼 지음, 서제인 옮김, 정희진 해설 / 엘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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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것에 대한 사랑' 에 대해 요즘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이미 죽어버린 것들, 온기가 없는 거죽들에 사랑을 쏟느라 살아있는 생생한 날 것의 존재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안감. 어쩌면 무 에 쏟아붓는 에너지는 스스로 에게서 감추기 위한 가면 인지도 모른다.



죽은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은 애도와 추모와 다짐이다.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의지다. 하지만 물성없이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이다. 그 음성은 살아 숨쉬는 유대인의 귀에 절대 닿지 않는다.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의 외면은 살아있는 유대인들로 하여금 희생할 것을 강요한다. 반복적으로. 어쩌면 종말까지. 죽어있는 상징만이 인류의 가슴을 울린다면, 모든 인류는 네크로필리아 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펄떡 펄떡 뛰어오르는 강렬한 생명 은 정복할 수 없기에 원하지 않는 성 불구자일지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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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노나카 토모소 지음, 권남희 옮김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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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후기를 보니 꽤 오래된 책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문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여자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성 고정관념이 묻어나는 대사들이 꽤 많았고 일본 특유의 문체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그림일기 같은 귀여운 표지 안에는 꿈과 현실 그 경계에 있고 싶은 중학생의 마음과 시선을 따뜻하게 그려낸 이야기가 있다.

서예 학원을 다니는 중학생 츠바메는 20살의 옆집 오빠 도오루를 좋아한다. 대학생이 된 오빠와의 거리를 메우지 못해 예쁜 카드에 적은 생일 카드 한 장도 전하지 못한다. 그런 츠바메 앞에 말은 툭툭, 옷도 툭툭, 삥 뜯기도 툭툭 하는 '별 할머니'가 나타난다. 별 할머니와 거래 아닌 거래를 하며 츠바메는 혼자서는 낼 수 없었던 용기를 내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별 할머니의 고민을 나누며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게 된다.


답답하고 불안하고 내가 가장 한심하게 느껴지는 그 시절의 아이들은 얼마나 어른이 되고 싶을까. 어른들도 결국 같은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산다는 걸 알게 된다면 츠바메처럼 아이들도 자신의 불안을 조금은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낼 아이들이 편안하고 따뜻한 밤을 보내길 바라게 되는 책이었다.

"기분 좋네요, 이것."
한 번 더 별 할머니가 있는 곳까지 미끄러져 간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 옥상 한복판에 작은 나무처럼 우뚝 서서 나를 보고 있던 별 할머니도 웃었다.
"그렇지? 하늘을 나는 것 같을 거다. 남한테 속는 건 한심하고 화가 나지만 자신을 속이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건 말이에요, 믿는다는 걸까요."
무심결에 중얼거리자, 별 할머니는 한쪽 눈섭을 올리며 내뱉듯이 말했다.
"푸헐. 난 그렇게 오그라드는 말, 남세스러워서 못 쓰겠더라."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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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얼굴 사계절 1318 문고 139
조규미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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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하지 않던가. 게다가 교우관계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청소년기엔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나 역시 친구의 말 한마디, 스쳐가는 표정 한 번에도 마음을 졸이고 불안하고 괴로웠던 적이 있다. 선택할 수 없는 건 가족이나 친구나 다를 바 없다. 결국 내가 속한 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견디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삶인가 싶다.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복잡미묘, 애매한 따돌림인듯 아닌듯 그런 경계에 선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앗 하는 순간에 벌어지고, 뒤집어지고 또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찾으며 삽질하거나 아예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는 그런 아이들. 애들은 왜 저렇게까지 예민하고 이상할까 싶지만 학교에서 교사들을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 사람은 그런 존재인가 보다.

공감과 친밀감을 바탕으로 이루는 무리가 각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저 같은 얼굴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버린다면 결국 그 자체로 서로를 짓누르고 망가트린다. 아이들에게 늘 얘기하고 싶은 말. 갈등을 두려워하지 마라. 불가능해 보이겠지만 갈등을 두렵게 여기도록 하는 사람들은 절대 좋은 사람일 수 없는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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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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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받아 온 최고상들은 내가 실패한 지점들을 가리키는 표시였죠. 리비흐를 칠 때는 덜 실패했어요. 그의 에튀드는 내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해서 때로는 '내'가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어요. 그때 배웠어야 했어요. 연주라는 것은 자아가 없는 곳에서 탄생해야 한다는 것을, 내가 리비흐의 곡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만, 살아 있는 도관으로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녹스허스트의 한 건물 옥상. 카운트 다운, 3, 2, 1. 건물이 무너졌다. 옥상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환희에 차있다. 사람들이 죽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광신도, 테러리스트... 내가 평생이 지나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단어들. 이생에서 아무리 나쁜 죄를 지은 사람이어도 회개하고 믿으면 천국갈 수 있다는, 그저 믿음만이 중요한 것이라고 환희에 찬 눈으로 전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어떻게, 어떻게 각자의 인생을 그렇게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피비는 부유한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피아노 영재로 자랐다. 완벽한 연주는 자아가 없이 도구로서만 그 곡을 표현해내야 한다는 피비의 깨달음의 대목은 어쩐지 종교의 그것과 닮아있다. 오로지 하나님의 일꾼으로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그 믿음과.

피비는 부유하고 있었다. 윌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슬픔으로 그 속을 채웠던 지난 날과 달리 윌을 통해 땅에 매어진다. 붙들려있는 그 느낌이 싫지 않아, 오히려 삶에 대한 안정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목사인 아빠의 친구라는 존 릴이 피비에게 다가온다.

피비는 존 릴과 만나 '제자'라는 종교모임에 들어 삶의 기쁨을 구한다. 한때는 열렬한 신도였지만 믿음을 잃어 종교를 등진 윌은 이 종교모임을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종교에서 구원을 얻는 피비를 질투한다.





사랑과 종교는 어떻게 닮아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삶을 구원하는 동시에 파멸시킬 수 있을까?

책 <인센디어리스>는 피비, 윌, 존 릴의 시점을 끊임없이 오가며 테러를 일으킨 광신도 중 한 명인 피비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그들을 내던진다. 아니 우리를 그들 사이로 내던진다. 단편적인 사실로 한 사람 한 명조차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희망 사이의 덫에 빠트리는 것이다.



페이지 터너로 책장이 휙휙 넘어가면서 결국 나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 불편함이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었던 자국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으며 내가 놓친 단서들을 찾고 싶다. 어떻게든 좇아보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인센디어리스
#권오경
#문학과지성사
#RO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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