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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알아두면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철학잡학사전 서평
평소 철학에 무척 관심이 많던 나에게 철학잡학사전이라니. 꼭 신청해야겠다 싶었다.
약간의 우려와는 달리 정말 잘난 척 하기 좋을만큼 간단명료하게 잘 설명해놓았다.
그러나 본문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이, 철학의 본질은 비판 정신이라는 이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비판정신을 가지고 이 책을 읽다보면 ‘철학’만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
철학이란 기본 틀에 대해 설명해주기 위해선 철학이라는 학문을 무척 예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철학은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며 인간이 인간이게끔 하는 정신적인 바탕이라고 하는데, 인간은 누구나 다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산다. 다만 그 철학의 본질이 어떠한가, 그 철학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러한 디테일한 설명은 빠졌다.
그리고 철학자들은 우리가 어렵다고 느끼는 문제에 완전히 몰입해 살면서 지식추구와 사변의 과정을 통해 케케묵은 사고방식을 깨부쉈다고 하는데, 이 문장 역시 시대착오적인 문장으로 보인다. 유명한 철학자들이 죽은지 벌써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가? 물론,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진리는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인간의 본성, 행동양식 등은 아주 오래 전 일들을 토대로 나타낸 것으로 현대인들을 차마 다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 과연 케케묵은 사고방식을 깨부쉈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죽은 철학자들의 이야기야 말로 케케묵은 사고방식이다.
철학으로 마음을 치료한다는 주장도 굉장히 위험하다. 본문 20페이지에 보면 철학이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는 간단한 수단이자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고 한다. 철학은 우매함을 없애고 지혜롭게 해주며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로 시작해서 ~~~이로 말미암아 바짝 긴장되어 있던 대뇌 신경이 풀어지고 심리적인 증상들을 치유할 수 있다. 라는 주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인데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바를 책에 서술해 놓은 것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 생각이 많아서 가뜩이나 괴로운 인간들을 사유의 늪에 빠트리는 것은... 치유라기 보다도 형벌이 아닐까? 철학한다는 것 역시 지나간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돌아본다는 것인데 섣불리 자신의 모든 문제를 과거에서만 찾게끔 주장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렇게만 보면 나 역시 이 책에 대해서 비판정신만 가지고 서평을 쓰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재밌고 유익한 대목은 챕터 2에 철학자들의 유쾌 통쾌 에피소드들을 담아놓은 부분인 것 같다. 챕터 2 첫 에피소드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헤라클레이토스 이야기라 무척 반가웠다. 사실 나는 이에 대해 잘 알기 전에는 그저 지나간 일을 빨리 잊어야 할 때, 혹은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할 때에 이 문장을 쓰고는 했었다.
그런데 헤라클레이토스 자신은 강물이 흘러 변화하고 자신도 예전과는 다른 나로 변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세상과 시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역시 변했다는 것. 이것은 나도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울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지만 이 역시 나와 비슷하다. 나도 엄청 잘 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만물의 본질에 대해 유동성을 인식한 순간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고 하는데, 나도 평소에 곧잘 왈칵 하고 운다. 분명 나처럼 헤라클레이토스도 울고 싶지 않음에도, 울면 안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눈물이 났을 것이다. 나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는 말에 반신반의한다.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면 헤라클레이토스는 왜 울보철학자라고 불리었을까? 인간은 어떠한 특정 학문으로 규정짓기 힘든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