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한때 시는 아니지만, 소설이나 희곡과 같은 스토리가 있는 글을 예쁘고 멋있게 쓰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이 꽤나 있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는, 곧 어찌보면 글에 대한 맥락도 중요하지만, 단어를 어떻게 쓰는가에 좌우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하물며 단어 선택의 마법사들인 시인들의 글이란 과연 어떠할까. 얼마나 대단할까. 이 책은 그런 흥미때문에라도 펼쳐보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한겨레문학상을 주관하는 한겨레출판의 문학웹진 <한판> 에서 2013년 3월 부터 1년간 연재했던 시인들의 릴레이 에세이를 한 권의 책으로 모아 출간한 것이다. 시인들이 일상에서 자신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사물을 하나 선택하여 그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나 일화등을 부드럽게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했다.


책을 읽다보면 한편의 에피소드마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내 삶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었던 사물에 대한 일화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고, 정말 시인이기에 이 사물을 통해 이런 생각을 느낀것이 아닌가, 또한 이렇게 감각적으로 글을 만들어 적을 수 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유용주 시인의 '위생장갑'에 관한 부분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성적인 부분을 다루었거니와 내용이 너무 위트있고 재미가 있어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읽던 중에 이건 뭐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부연 설명으로 츄파츕스를 이용해 성적 흥분을 얻으려 했던 친구는 혹시 시인 자신의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고 말이다.


정해종 시인의 '카메라' 편을 읽으면서 나도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내 카메라를 다시 꺼내보면서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요즘은 카메라들이 너무 좋아지고, 또 발전 속도가 너무도 대단해서, 새로운 제품을 사더라도 금새 구모델이 되기 일쑤이다. 그렇게 기술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은 사실 카메라의 본질적인 의미인 사진을 찍는다보다는 카메라의 기술력에 열광하며 너도나도 장비를 사들이는게 요즘 모습이다. 사실 장비가 좋으면 사진을 잘 찍는다는 말에 부분적으로는 동감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라는 행위에 있어 장비에 대한 부분은 사실 크게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사진을 쨍하게 찍고, 모델이 이쁘고 하는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카메라가 도구가 되어 추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그리고 사진들을 이따금 꺼내 보면서 추억에 잠기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카메라라면 정말 더할나위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내가 카메라 부분을 읽고 내 일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 것처럼,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의미가 있던 부분을 분명 떠올리게끔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절대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는 형식의 책이라기 보다는 쉬고 싶고, 여유를 찾고 싶을때 꺼내서 마음의 드는 부분을 발췌하여 읽는 식의 독서가 더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잔의 커피 같은 이 책,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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