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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평점 :
데미안이 고전중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해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사실 데미안을 처음 읽는 것은 아니다. 분명 학창시절에 읽은 기억이 있지만, 그 당시 기억으로는 정말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책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다.
다시 읽기로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읽어 나가면서도 느낀 점은 역시 쉽지 않구나 하는 느낌.
인물이 다양하게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시점도 일인칭 시점이기에 별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인물의 내면묘사가 너무도 심층적이며 그 표현이 일상에서 쓰는 어투와는 많이 다르기에 낯설게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이 정말 괴물 같은 책이라고 느껴졌던 이유는 이 책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정말 철학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미치도록 재밌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이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이 소설에서 막스 데미안이란 인물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것은 소설의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소설은 싱클레어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시기까지의 시간적 흐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풀어 나간다.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눌수가 있는데 첫번째는 악의 무리에서 싱클레어를 데미안이 구해주는 일화이고 두번째는 아브락사스라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을 이해시켜주는 신부와의 만남, 세번째는 에바부인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미안의 엄마와의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인생의 국면을 걸쳐 헤르만 헤세는 절묘하게 니체의 실존주의 철학과 프로이트와 융으로 이어지는 정신분석학의 개념들을 잘 버무려 한 인간의 성장통과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과정을 묘사해냈다. 이 소설이 위대하다는 평을 받는데는 바로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개념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도 게다가 극적인 요소들과 인물들간의 개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하나의 성장 소설을 써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말미에 보라색 색깔의 페이지에 박민수 교수가 데미안 소설을 해제한 글이 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이 글을 접하면 데미안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쉬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번역이 상당히 잘 된 편이라 책의 문체 자체가 어려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최대한 잘 읽히게끔 문장을 쉽게 번역했다는 느낌을 받아 꿈결 출판사의 기획 의도가 어떠한 것인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다음 고전을 읽을때도 꿈결 출판사의 햄릿이나 도련님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데미안에 관한 번역서는 이번에 나온 이 책이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하며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