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부드러워 1 세계문학의 숲 38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진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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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렇게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스콧 피츠제럴드를 외치는지 사실 내 자신은 개츠비를 읽고 그 정도로 공감하지는 못했었다. 밤은 부드러워라는 작품은 제목처럼 좀 부드럽게 읽혀질 수 있는 작품일까 내심 기대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하루키의 작품을 매우 감명깊게 읽었던 나로선, 하루키의 추천서의 글이 무척 와닿았었다.

"위대한 개츠비가 걸작이라면 밤은 부드러워는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고" 과연 정말 그런지 기대가 되었다.

 

불륜드라마의 시청률은 언제나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처럼, 밤은 부드러워 역시 한국의 드라마로 만든다면 막장 드라마의 요소가 될만한 대부분의 것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륜, 정신병, 근친상간등의 내용들이 담겨 있기에 어찌보면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여러 사건들을 많이 품고 있는 소설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조금씩 흐름이 끊길때가 있는데, 그 문제는 바로 번역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한국말이 표현하는 형용사가 우수하고 다양하다고 하지만, 피츠제럴드가 쓴 그대로의 원문의 느낌을 번역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번역하려다보니 문장의 느낌은 대충 머릿속에 들어오는데 꼼꼼히 문장을 읽다보면 이게 뭔소린가 싶을때도 분명 있었다.

 

여성도 아니면서 여성인 데이지의 심리를 기가막히게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소설가의 눈이란 정말 예리하며 소설가의 감수성이랑 치밀하고 극도록 높은 예민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그리고 사건을 대하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어쩌면 이토록 예리하고도 놀라운 측면에서 바라보고 서술 할 수 있는지 책을 보다 보면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특히 피츠제럴드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고 하기에 더 눈길이 가는 책이다. 피츠제럴드는 젊은 날 경제적 이유 때문에 파혼을 했고 책을 성공적으로 출판한 후 결혼에 성공하지만 아내의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다. 이 책에서의 딕은 성폭행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니콜과 결혼하고 그녀의 재산에 손대지 않기 위해 철저히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증상이 호전되며 딕은 자신의 존재가 그녀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음을 느끼며 해변에서 만난 배우 로즈메리와 사랑에 빠진다.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1부는 로즈메리의 시점에서 2,3부는 중년남성 딕의 시점으로 쓰여졌다. 시점의 변화가 정말 소설의 내용을 다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 명확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피츠제럴드가 이 책은 자신의 신앙고백과 같다고 밝혔던 것처럼 중년남성 딕의 관점은 바로 피츠제럴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딕의 관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젊은시절 찬란히 빛나는 존재였지만 세월이 지나 여러가지 사건들을 거쳐오면서 점점 볼품없이 변해버린다. 세월은 그에게서 젊음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빛과 같은 아우라마져 모두 가져가버린다. 하지만 소설 막판 다시 딕은 여성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는데 이것은 세월이 흐른다고 모두 가치를 잃는 것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통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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