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평점 :
실로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박완서 선생님은 우리 엄마가 특히 좋아하는 분이시지만, 덕분에 나도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꽤 여러가지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최근 작인 노란집은 역시나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박완서 선생님께서 미발표 했던 작품들을 수록해 놓은 이 책은,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노년의 삶 속에서 작가적인 치밀함도 곳곳에 살펴볼 수 있는, 한마디로 선생님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선생님의 책을 읽을때마다 선생님 특유의 문체가 참 아름답다 혹은 단아하다 혹은 곱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선생님의 성품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따스함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힐링'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화려하거나, 스릴이 넘치거나, 특별한 사건들이 일어나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일들은 없지만, 그녀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부드러운 문체로 감각적이게 서술되어 있어 술술 읽히면서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번 작품은 자연 환경에 둘러 쌓여 그것을 소재로 풀어가는 이야기들이어서 더욱 읽으면서 편안함을 느낄수가 있었다.
게다가 삽화또한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여태껏 박완서님의 책 중에 그림이 이처럼 예쁘고 잘 어울리게 들어갔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자연이 놀랍고 아름다운 까닭은 목련이 쑥잎을 깔보지 않고, 도토리나무가 밤나무한테 주눅 들지 않고, 오직 타고난 천성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 있지 않을까 (p132)]
자연과 함께 하며 커온 것이 아니라, 도시 문명에 익숙하게 길들여진 채로 자라온 내게는 자연을 마주하면서도 자연에 대한 감성이라던지 인생의 지혜를 포착해내질 못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삶의 경험과 통찰이 있는 노년의 박완서 선생님은 자연의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하여 그것을 인생으로 풀어 지혜로 들려준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응석 부리는 것과는 다르다는 이야기와 같은 것은 마치 손자에게 교훈을 주는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주변의 누군가가 다짜고짜 이야기한다면 잔소리같이 느껴질 수도 있고, 제대로 귀에 안 들어올 가치있는 내용들이, 작가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글을 통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