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1
막스 갈로 지음, 박상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저자의 내공에 비해 정말 보잘것 없는 독자로서의 나의 내공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독서였다. 500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책 2권으로 이루어진 프랑스대혁명은, 막스 갈로의 엄청난 노력의 역작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번역의 문제와 배경지식의 미천함으로 인해 대중적 일반 독자에게 쉽게 읽혀질만한 책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책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고, 학창시절에 한번쯤 공부했을 내용이다. 책을 정말 간단히 요약하자면 1권에서는 주로 루이 16세를 중심으로 그의 내면의 고뇌와 처한 상황들을 보여준다. 2권에서는 본격적인 혁명이 격화되면서 전쟁과 함께 죽음을 화두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우리는 어떤 것들을 느낄 수 있을까. 내가 느꼈던 점들을 담담하게 적어 보려 한다.

 

책을 읽고 가장 크게 생각한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권력의 속성이다.

 

루이 16세는 어찌보면 상당히 재수가 없었던 왕이다. 집권할 초기부터 이미 선대 왕들이었던 루이14세의 황금기부터 왕권의 위대함을 칭송이라도 하듯 돈을 물쓰듯 쓰며 권력을 유지하고 권위를 드러내보이기 위한 생활을 했기에 국고는 거의 바닥인 상태였다. 게다가 미국 독립전쟁을 루이 16세가 지원하면서 그나마 있던 돈들마저 다 날아가버렸다.

 

돈이 없는 정부, 군대에게 빵을 주지 못하고, 백성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없는, 개털인 정부는 늘 의심을 사고 원망을 사고 저주 받기 마련이다. 피가 빨릴대로 빨린 백성에게 더 이상은 돈이 나올 구석은 없고, 게으르고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문화가 팽배했던 기생충 귀족들에게 갑작스럽게 세금을 부과하기에는 그들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자신들의 왕권의 정당성이 위협을 받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이 없는 상황에 루이 16세는 내적으로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개인적 능력도 부족했고 사냥만 좋아했던 백치미의 상남자 루이 16세는 튀르고라던지 네케르와 같은 인물들을 통해 재정적인 회복을 꾀하고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막상 개혁을 담당했던 주인공들의 활약이 거세지자 루이 16세는 이들을 시기한다. 개혁이 거세질수록 기존 기득권 세력인 귀족들의 위치가 위협받기에 그것은 곧 왕권의 위협으로도 다가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루이 16세는 정말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개혁을 추진하려다가 일정 시점에 와서 왕권이 위협받을 것 같은 느낌이 오면 중단하고, 또 시작했다 중단하기를 반복하며 혁명이 일어날 상황을 공교롭게도 주도하게 된다.

 

백치미로는 절대 지지 않을 아내인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는 기존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주저하게 되고, 여론에는 돈을 흥청망청 쓰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왕권 자체의 전체적 이미지를 부패한 것처럼 백성이 생각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삼부회는 소집되고, 회의를 하면서도 차별을 계속하는 귀족들이나 성직자들의 말도 안되는 행태에 열이 받은 일반 백성인 제3신분은,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회의장을 뛰쳐나가 국민 의회를 스스로 조직하고, 국민의 단결된 행동과 요구의 형태로 왕권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재정적으로 성장한 부르주아 계층을 중심으로 이들은 일반 백성들을 더욱 선동하여 상황은 점점 일촉즉발의 형태로 진행되고, 결국에 극에 달한 갈등은 전쟁의 형태로 반란이 일어난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프랑스혁명이다.

 

그렇다면 당하고만 살았던 시민군들은 정당하였느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 당시엔 분명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혁명의 진행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죽음이 있었기에, 학살에 가까운 수많은 죽음들을 뒤로하고 자유를 위해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에는 복잡한 많은 것들이 얽혀있다. 내적으로는 혁명의 형태인 내전이 있었으며 외부적으로는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전쟁을 맞닥뜨려 국민들은 결과적으로 혁명 전이나 후나 계속해서 핍진한 생활을 할수밖에 없었다.

 

루이 16세가 기요틴에 처형되고, 내란이 진압되어 진정되면서, 자코뱅, 당통, 로베스피에르의 세명의 분파로 나뉘어 권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로베스피에르가 정권을 잡게 되었지만 독재정치로 인해 민심을 얻지 못하여 3개월만에 실각하게 되고,

몇년간의 혼란기 이후, 나폴레옹이 상황을 정리하며 혁명은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된다.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일까? 분명 프랑스혁명은 부패한 왕정을 물리친 근대 시민 운동의 승리임엔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권력이라는 요물은 루이 16세와 그를 지지했던 부패한 귀족, 성직자들에게서 공포정치를 펼친 로베스피에르로 이동한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권력은 그 주인공만 바꾸었을 뿐 계속적으로 누군가는 군림하고 누군가는 군림을 받으며 안정을 취하는 구조로 흘러온것이 역사일진대, 그렇다면 프랑스 혁명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인가가 문제였다. 물론 기존의 왕정을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전복하여 시민권을 획득하고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확립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뿌리 정신을 세웠다는데는 분명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있었던 수 많은 죽음들은 대의를 위해 정당화 되어야 되는 것인가?  힘없는 백성들을 구한다는 대의로 포장된 개인적 이기심을 가지고-물론 그들 자신조차 무의식적으로 이기심의 발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그들을 선동했던 로베스피에르와 같은 자들은 과연 정당한 인물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막스 갈로는 수 많은 자료들과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1700년대의 프랑스 혁명을 현실에 존재했던 일처럼 재구성해냈다. 그것도 정말 말도 안될만큼 세부적이고 정밀하게, 인물간의 개연성도 확고하게 구현해 놓았다. 이만한 역사 소설은 정말 드물 것이다. 심도 있는 역사 소설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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