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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발견 - 희망의 인문학 : 철학 강의
장건익 지음 / 사월의책 / 2013년 5월
평점 :
솔직히 철학에 관한 책을 읽어본 것 같은데, 나는 이 책이 가장 쉽게 느껴졌다. 내가 천재적이라서 그렇게 느낀것은 절대 아니고, 책 내용의 깊이가 얕아서 그런것도 절대 아니다. 이 책이 가장 우수하다고 느낀 점은, 저자가 독자가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많은 배려를 하여 글을 썼다는 점이다. 책은 인문학 강의의 내용을 적어놓은 강의록의 형태로 쓰여져있고, 중간에 묻고 답하기에서는 실제로 저자가 수업에서 수업을 듣는 평범한 각계 각층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게 아주 볼만하다.
많은 이야기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고 있는데, 가장 집중하며 기쁘게 읽었던 부분은 행복에 대한 설명이었다.
사실 "당신,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혹 누군가가 "네, 정말 행복해요, 지금 가장 행복해요"라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에이, 설마, 그냥 보여주기위해 하는 말일꺼야"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것은 쉽게 달성할 수, 쉽게 느낄 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황금만능주의라고 불리는 현재에 와서는 오히려 그 의미가 일견 단순해진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돈이면 뭐든것이 된다라는 것인데, 바로 이 돈과 행복을 치환시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컨데 우리 사회의 주류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가장 우선시하고 돈에 죽고 돈에 사는 형태의 삶을 산다. 나 또한 그 삶과 아주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실상 돈이 전부인 사회에서 그 희소성때문에 돈을 거부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게 보일 수도 있는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순간에서 돈은 중요하다. 돈을 사랑하고 돈을 좋아하는, 소위 돈과 행복을 등치 관계에 놓는 것이 과연 문제일까, 아닐까? 궁금해진다.
돈을 쫒아 사는 사람 중엔 정말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는 사람도 분명 있다. 돈을 더 많이 벌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혹은 돈을 많이 벌어 자신이 하고 싶은 더 큰 꿈을 이루는데 사용하기 위해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돈을 추구한다. 하지만 철학에서 말하는 진정한 행복은 돈은 분명 아니다. 돈을 쫒는 것이나 쫒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 의지이나, 행복이라는 거대하고 순수한 개념 앞에서 돈은 매우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하나의 사례일 뿐, 행복 그 자체가 절대 될 수 없는 것이다.
철학에서 행복은 전적으로 안에서 찾아라고 한다. 많이들 들어 봤을 행복은 내 마음속의 파랑새와 같은 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돈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행복은 개인의 삶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재벌 2세지만 불우하고 불행한 사람과 에티오피아나 소말리아, 혹은 인도네시아와 같은 저개발 국가의 난민이지만 그들의 행복지수가 생각보다 높다는 통계 자료 등을 들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실 그러한 타인의 예를 들며 "행복은 내 안에 있어요" 라고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당장에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파 위액이 목구멍으로 넘어올 것만 같고, 옷 살 돈이 없어 겨울에 죽음을 오락가락 하며 지하철에서 자는 거지들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폐부로 다가오고 행복은 내안에 있다는 이야기는 남의 나라 말처럼 들리는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간극을 어떻게하면 극복하거나 혹은 극복을 못하더라도 적어도 머릿속에서 공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이 지금 학생때보다 돈을 더 벌지만 지금 먹는 회보다 자신이 공부하고 어려웠던 시절 회를 정말 힘들게 구해 먹었던 그 시절 회가 더 맛있고 행복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을 유도한다. 일정 정도 공감이 되는 바가 있지만, 왠지 내 개인적으로는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고 느꼈다.
행복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면서, 기본적인 의식주가 달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행복이라는 가치를 내 안에서 꿈꿀 수나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것 참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행복을 논하려면 적어도 논하는 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 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져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어느정도 결핍이 덜어져야만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고차원의 개념이라 생각 된다.
체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옛날 마르크스부터 시작된 공산주의체제의 의의는 사실 기본 개념만 놓고 보면 절대 나쁜것이 아니었다. 개인의 이기심을 고려하지 않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모든이에게 선한 의지의 동기부여가 되리라고 보았지만, 이기심은 생각보다 강했고, 이것은 조직사회를 모래알로 만드는 촉매가 되었다. 그의 반대급부로 더욱 각광받은 자본주의, 그 자본주의가 점점 첨예하게 발전해가는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과연 자본주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행복과 치환시켜 생각하게끔 하고, 마음속의 파랑새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상대와 계속해서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끼고 주체성을 잃게 만들지는 않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체제는 쉽게 바꿀 수 없으니까 일단 자본주의 체제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시켜 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해결된 이후에도 상대적 박탈감에서 극복하기 위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깥 보다는 안쪽으로 돌려야만, 특히나 그러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만 사회의 행복 만족도는 더욱 증가하리라 생각된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가지고도 깊게 생각해보고, 과연 그럴까 하며 저자의 의견에 반대 입장이나 모호한 입장도 취해보고, 철학을 철학 하는 것이 아닌 삶에 들어온 철학으로 느끼려는 노력이 자기 자신을 더욱 큰 사람으로 만들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다양한 철학적 생각들을 해보게끔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추천해주고 싶어지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