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짧은 시간에 세번을 읽었다. 정말 쉽지 않은 책이다. 소위 천재의 책이다. 무슨말이냐 하면,

결코 독자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번역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문학서와 각종 경영서들로 믿을만한 민음사의 책이고, 식량의 종말을 번역하신 김선영이란 분이 하셨다니 그 문제도 아니다 싶다.

 

책을 더 읽어보면 알겠지만, 문제는 바로 저자에게 있다. 제임스 바커스 바크.

 

책 전체를 통해 읽어본 결과, 그의 생각 방식은 일반인과는 많이 다르다.

강렬하고, 때로는 패잔병처럼 늘어지고, 다중적이고, 변화 무쌍하며, 가장 심오한 점은 자신의 생각을 고도로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하며 생각의 강도는 어떻고, 얼마나 깊이 생각을 하려 하며, 다른 방향으로는 어느 생각들이 지금 머릿속에 밀려들어오고 있는지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심히 예민하며, 창조적이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다. 실제로 멘사에 가입할 정도의 두뇌라는 얘기가 잠깐 책에도 언급되며, 아버지가 그 유명한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의 아들이니 좀 그려려니 하고 이해도 간다.

 

마커스 바크는 어릴적에 자라오면서 학교와 심한 갈등에 직면한다. 학교의 전통적인 방식과 고정관념에 빠진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인프라가 그에게는 적대적으로 다가왔으며, 그의 기질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들이었다. 너무나도 명석해 모든 생각이 예민한 어린 마커스 바크에게는 지속된 학교와의 대립이 피할 수 없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다가왔다. 이 우울증을 어느날 갑자기 의식이 돌아왔다는 표현으로 극복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 독학의 방법이다. 구체적 사례로는 조개껍질을 살펴보며 생각하고, 호기심에 이를 공부하다가 의식을 붙잡아 자신이 공부하고 학습하는 방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정확하게 정리했으며, 가장 위대하다고 보는 지점은 그러한 방식 자체를 마치 컴퓨터가 자신의 머리에 명령어를 내리듯이 독학법을 체화 시킨 이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보면 그의 독학 명령어는 크게 11가지로 나뉜다. 철저한 물색, 진정한 문제, 인지 파악, 지식, 실험, 여유시간, 이야기, 아이디어 비교, 두뇌 비교, 단어와 사진, 시스템사고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금 나는 밥을 먹으며 반찬 중에 있던 멸치의 생김과 모양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는데, 이 와중에 철저한 물색과 인지파악이 사용되었으며, 이후 관심이 줄어든 그 순간에 다른 행동으로 전환해 멸치에 대한 생각을 리프레쉬 해주면서 다시 멸치에 대해 떠올렸을때(여유시간), 책을 찾아보며 아이디어 비교를 사용하고, 이를 단어와 사진을 사용하여 시스템적 사고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자, 이해가 되는가. 무슨 말인지. 써 놓고 보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는데, 우리는 사실 이러한 행동을 조건 반사처럼 무의식에서 처리가 되버리는데, 마커스 바크는 동일하게 처리되는 의식의 흐름을 정확하게 인지하면서 이를 골라서 사용하고 끊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의식을 일정정도 조절한다고 봐야 하는데, 사실상 의식을 완벽하게 조절하지 못함을 파악하고 의식에 백기를 들어 항복한 상태에서, 일단 의식에 맞춰 최선이자 최대한의 결과물들을 뽑기 위해 몰두하다 잊어버리기, 뛰어들었다가 관두기와 같은 방식의 태도를 견지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기계발서는 결코 아니다. 공부에 대해, 학습법에 대해 배우려고 이 책을 읽는 다면 좀 심하게 당황할수도 있다. 천재의 이야기는 아무리 그 자신이 쉽게 풀어 쓴다고 해도 범인의 범주에서는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과적 관계로 다 풀어서 이해하면 이해가 쉽겠지만, 복합 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이를 분류하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이 책은 결코 독자에게 편한 서사적 방식으로 공부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에 대해 태도와 의식의 흐름, 사고의 밀도와 관련된 주제들로 이야기를 던지니 제대로 이 책을 읽으려면 문장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여러 목적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저자만의 독특한 개성과 공부에 대한 의지를 공감하며 본 받을 수 있고, 저자와 같이 자기 생각의 흐름을 파악해보려는 시도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또한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도 학교를 졸업한 성인의 경우에 생활인으로서의 공부능력 배양을 위해 참고하면 좋을, 조금은 실전적이자 모험적인 방식들로, 때로는 내가 이전에 행동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그 행동의 패턴을 분석해보기도 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총체적으로 창의적인 나 자신을 만들기위한 밑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

 

공부와 열정이라는 제목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버커니어식 학습의 비밀이라는 제목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버커니어식, 다시말해 해적스러운(자유스럽고 호기심에 가득찬) 방식의 학습이 개인의 인생에 큰 영감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영감을 위한 가이드가 되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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