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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매창
윤지강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평점 :

매화나무 창문이란 이름 뜻의 매창, 조선의 3대 기생인 간판스타 황진이, 연꽃 같은 김부용,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매창. 그녀를 알 수 있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옛날 매창의 시절 문체를 최대한 살려 표현한 것도 물론이거니와 매창의 심리와 애틋한 사랑을 화려할때는 화려하게, 담백할때는 담백하게 풀어내주는 필력은 상당히 흡입력이 있어, 굉장히 쉽게 읽혀 내려갔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심도 있게 생각해본 것은 조선시대 천민에 해당하는 매창과 같은 기생이나, 능력은 있지만 그 뜻을 펼칠 수 없는 신분이었던 유희경의 삶이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 갔던 것일까, 서로간의 애끓는 사랑이 피워나기 이전에, 신분사회에서 타고난 천민이라는 공통된 아우라가 그들에게 내적 공감대를 형성해주었고, 게다가 천민에게는 다소 걸맞지 않는 능력과 재주를 타고난 그들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사랑 놀음은 정말 특별하게 보였다. 서로 시를 가지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인데, 소설의 문체를 따라가다가도 시가 나오는 장면에는 호흡을 다시 가다듬고 시를 음미하며 천천히 읽고 그 뜻을 머금게 된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시작부터 오래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는 사랑은 누가 보아도 바보같이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파악할 수가 없다. 인생이라는 것은 상당히 오묘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 저지르는 사고들의 연속이다. 때로는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을 예견함에도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인간인 것처럼, 매창과 유희경도 모든 것을 예감했음에도 과감히 사랑을 시작했다.
매창의 이별이 그렇게 아프고 절절했던 것은, 그리고 유희경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음으로 해서 복수라고 이야기 한 것이, 어찌보면 반어적인 표현으로 그를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유희경과의 애절한 사랑, 이상허와 허균간의 관계 혹은 정신적인 사랑을 미루어 볼 때 매창이란 여인은 자신의 삶을 정말 열정적으로 절실하게 풀어내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답을 구하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내 삶을 기생의 신분이지만 세파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당당히 배우자와 사랑을 택하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대로 인생을 추진해나가며 가능한 많은 기회와 관계속에서 삶 그 자체를 아름답게 즐기고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