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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퍼십
구영삼 외 지음 / 한세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서점에서 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에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책제목을 발견하였다. 이름하여 <헬퍼십> 이다.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었건 그렇지 않건 리더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우리는 대충이나마 안다. 하지만, 헬퍼는 누구인가? 리더가 자리를 비우면 잠시 그 일을 대신 맡아주는 사람인가? 아니면 리더가 시간이 없어 미쳐 신경쓰지 못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는 보조 정도인가? 만약 지금이라도 우리들 마음속에 그러한 생각들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오늘 이 시간부터라도 그 생각을 철수하기 바란다. 결코 헬퍼가 없는 리더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리더를 돕는 헬퍼가 없다면 그 리더는 이미 리더의 자격을 갖추었다 말할 수 없다. 성경의 수많은 인물들 속에 헬퍼가 없는 리더를 보았는가? 말이 우둔한 모세 곁엔 언변에 능한 그의 형 아론이 있었고, 다윗 곁엔 헬퍼인 요나단의 뜨거운 우정이 있었기에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바나바의 도움이 없었다면 바울이 그토록 빨리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그 밖에도 드릴라를 헬퍼로 맞아드린 삼손은 망하였고, 여로보암의 말을 들은 르호보암 또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이처럼 리더의 흥망성쇠가 어떠한 헬퍼를 곁에 두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진다.
헬퍼가 없는 리더는 불행하다. 흔히들 공동체의 잘못을 리더의 무능력이나 무책임감으로 돌린다. 그러므로, 리더는 언제나 책임감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 때 헬퍼의 역할은 중요하다. 리더를 온전히 세우고,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하며, 리더의 영적침체로 공동체 전체가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리더뿐만 아니라 공동체 개개인을 겸손과 사랑으로 섬겨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말만큼 쉬운게 아니다.
헬퍼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유형은 리더보다 낮은 자가 높은 자를 섬기는 것이고, 둘째는 리더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만 리더를 섬기는 것이고, 세 번째는 리더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자가 낮은 자를 섬기는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은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헬퍼의 정의이므로, 두 번째와 세 번째에 대해서 알아보자.
성경에서 두번째 유형의 헬퍼를 찾아본다면 갈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모세가 가나안 땅에 12명의 정탐꾼을 보냈을 때 단 2명만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여호수와와 갈렙이다. 모세가 죽고 여호수와가 후계자에 지명되었을 때 갈렙은 80살의 노인이었다. 자기 보다 새까맣게 후배였던 사람을 섬겨야 했던 갈렙을 생각해보자. 아무리 하나님의 뜻이라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는 순종했고, 가나안 땅으로 쳐들어갔을 때 여호수와를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전엔 여호수와와 같은 위치에서 모세의 왼팔이 되었지만, 하나님의 뜻을 좇아 아무 말 없이 여호수와의 오른팔이 되었던 것이다.
세번째 유형에는 바나바를 예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바울이 하나님의 강권적 역사로 예수님을 알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그를 찾아간 사람이 바나바였다.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바울의 회심을 의심하였다.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회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나바의 권면으로 바울은 하나님의 사역을 시작 할 수 있었고, 또한 이방인의 사도로서 전대미문의 역사를 이루었다. 분명 바나바는 바울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바울의 헬퍼로 자처하며 바울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언제나 그를 보살피고, 이끌어 주었다. 우리는 헬퍼에 대해 크게 오해하는 점이 있다. 헬퍼는 리더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예수님이 우리를 섬기기 위해서 하늘의 보좌를 포기하시고, 이 땅에서 우리의 헬퍼가 되시기를 자처하셨다. 그가 무엇이 부족하여 우리를 위해 대신 십자가에 못 박히셨나? 그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셨다. 그가 헬퍼로서 섬김의 본보기를 보이셨기에 열두 사도의 리더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 헬퍼는 결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리더를 리더되게 하는 진정한 리더인 것이다.